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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볍게 더 가볍게” 차량경량화를 향한 ‘무한도전’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자동차업계가 무게를 덜어내고 보다 가벼운 몸집의 차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차량경량화를 위한 ‘무한도전’이다.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차 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사들도 함께 뛰어들어 차량경량화 소재를 연구, 개발중이다. 철을 보다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를 더하는 초고장력강을 비롯해,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 다양한 경량화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아우디 뉴 A6, 폭스바겐 7세대 골프,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C클래스(위에서 아래로)

▶현대기아차 “초고장력강 비율 62%로 끌어올려라”=현대기아차는 ‘2020 연비 25% 향상 프로젝트’를 선언하면서, 차량경량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2018년엔 48~6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 대비 2배 강도 높지만 무게 10%가량 가벼운 차체 소재다.

최근 출시된 ‘신형 소나타’, ‘신형 제네시스’, ‘신형 소렌토’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52%가량 적용됐다.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초고장력 강판을 51.5%로 늘렸다. 이전 제네시스 모델에 적용된 초고장력강 13.8% 비율 대비 4배 가까이 늘린 것. 이는 경쟁모델인 BMW 5시리즈(32%), 벤츠 E클래스(16.6%), 아우디 A6(25%)에 비해 비중이 높다.

초고장력강 외에도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 다양한 경량화 소재도 확대 적용 방침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 출시한 신형 쏘렌토의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에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적용했다. 탄소섬유는 철의 4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하다. 기존 강철 재질의 선루프 프레임이 13.74kg였던 것에 비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 적용된 선루프 프레임은 이보다 8kg이나 가벼워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주요 차종 중량을 평균 5% 이상 낮춰, 연비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와 기아차 신형 쏘렌토.

▶수입차, 가볍게 더 가볍게=수입차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경량화 소재 개발에 주력해왔다.

21일 국내 출시된 아우디의 ‘신형 A6’와 ‘A7’은 차체(옵션 제외)가 기존 모델 대비 가벼워졌다.

이전 모델인 ‘7세대 A6’는 차체 프레임에 철과 알루미늄을 혼합한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소재를 적용해 (이전모델 대비)80kg 감량했다. 프론트 펜더, 엔진 후드, 트렁크, 도어 등 차체의 20%는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됐다. 바디를 보함한 전체 차체 무게는 최대 135kg나 줄었다. 3세대 A3의 경우 이전 모델 대비 최대 80kg 감량했다.

아우디는 “고강도 스틸, 알루미늄, 마그네슘, 섬유강화플라스틱 등 다양한 경량 소재를 이용한 기술을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뉴욕모터쇼에서 글로벌 세계 첫 공개된 GM의 ‘뉴 말리부’도 차체 중량을 136Kg 줄여 화제를 모았다.

이에 앞서 폭스바겐은 ‘7세대 골프’를 이전 모델 대비 100kg 줄였다. 골프가 소형차라는걸 감안하면 100kg 감량은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탄소섬유나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고가의 재료를 배제하고 순수 프레임 개선만으로 중량을 23kg 덜어낸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C클래스’도 알루미늄 소재를 채용, 이전 모델 대비 100Kg나 가벼워졌다.

BMW가 최근 공개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i8’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 적용돼 공차중량을 1485kg로 다운시켰다. 지난 32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인 포드 ‘F-150’ 차체에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된 것도 화제다.

▶몸무게 줄이기 경쟁, 도대체 왜?=이처럼 차업계가 차량 경량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차체 무게를 덜어내면서 연비 상승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연비 규제에 맞추기 위한 필사적인 경량화 노력이다.

2020년 유럽에서 차를 팔려면 CO2 배출량을 95g/km 이하로 맞춰야 한다. 업계는 2025년에는 75g/km 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유럽 CO2 규정은 130g/km선이다.

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건 엔진이지만, 일반적으로 차량이 10% 가벼워지면 연비는 3.2% 증가한다고 알려져있다. 그외 가속성능은 8.5%, 핸들 조향능력은 19% 향상되고, 내구성 1.6배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3.2% 줄어들어 부수적인 효과가 따른다. 

탄소섬유소재가 적용된 BMW i8. (위) 포스코가 최첨단 경량화 공법을 활용해 만든 기존 대비 26% 가벼운 전기자동차 차체.(아래)

▶철강업계도 新소재개발 동참=자동차업계가 차량경량화 소재에 집중하는 만큼, 소재 공급사인 철강업계도 차량경량화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초고장력강 개발에 한창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자동차강판 수요증가율(연평균 2.6%) 대비 초고장력강 수요증가률은 연평균 15.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복 포스코 품질기술부 전략제품개발과장은 “2015년엔 초고장력강이 전체 강판규모의 20%를 차지하고, 2020년에는 2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 대비 무게가 40% 적은 알루미늄은 경량화엔 최적의 소재긴 하지만, 단점은 가격이다. 알루미늄 가격은 철강의 4배에 달한다. 또 순수 알루미늄으로는 강도가 안 나와 다른 소재랑 섞어야 자동차 강판 소재로 활용가능한 만큼 비용이 더 든다. 김경찬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얼마전까지 개발된 차량경량화 소재로 차체를 만들면, 기존 대비 최대 35%까지 경량화가 가능하다”면서 “이는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어서 최대한 감량할 수 있는 3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카나 고급차종에 주로 채용되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도 고가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소재는 가격이 워낙 비싸서 우리가 타고 다니는 소나타나 아반떼와 같은 대중적인 차종이 아닌, 극소수의 수퍼카, 럭셔리카 등 고급차종에 채용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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