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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렉처(Lecture) 퍼포먼스’를 아시나요
-커먼센터 전시 ‘혼자사는 법’의 다양한 미술 실험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 정금형, 퍼포먼스 펼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2011년, 어떤 인터넷 동영상을 봤어요. 사람형 샌드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죠.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어요”

올해 제 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 ‘육체 예술가’로 불리는 정금형(35) 작가가 퍼포먼스를 통해 들려주는 내용이다. 정금형은 지난 20일 오후 3시, 강연 형식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현재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장르로 꼽히는 ‘렉처(Lectureㆍ강연) 퍼포먼스’다. 
‘커먼센터 리빙아트페어’ 오프닝 행사로 렉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정금형 작가. [사진제공=커먼센터]

다소 의외의 장소에서다. 영등포 사창가 옆. ‘행복 휴게실 다방’이라는 간판이 전부인 건물에 철문 굳게 걸어 잠근 전시장 ‘커먼센터(아트디렉터 함영준)’가 그녀의 무대였다.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015 커먼센터 리빙아트페어’의 사전 오프닝 이벤트로 정금형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 페어는 커먼센터의 최근 전시인 ‘혼자 사는 법’(4월 17일-5월 25일)을 마감하며 진행하는, 1인 가구를 위한 미술ㆍ디자인 장터다. 커먼센터는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 페어를 통해 다양한 미술 실험을 선보였다. 
길종상가_페어와 함께 발간되는 카달로그 이미지. [사진제공=커먼센터]

▶퍼포먼스의 진화, 정금형의 렉처 퍼포먼스=커먼센터의 ‘혼자 사는 법’은 두 가지 맥락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 첫번째가 정금형이 선보인 렉처 퍼포먼스다.

현재 세계 미술계는 비디오 형식(매체ㆍMedia)에 퍼포먼스 콘텐츠를 담는 작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술계 최신 트렌드를 짐작케 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비디오와 퍼포먼스의 결합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특히 퍼포먼스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퍼포머가 온 몸으로 전위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목소리를 이용한다거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다양해졌다. 베니스비엔날레의 아이작 줄리앙도 메인 무대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라는 렉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국관 커미셔녀인 이숙경 큐레이터는 “퍼포먼스가 새로운 실험이 가능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코리아나미술관은 ‘코드액트’ 전시를 통해 다원예술로서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그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는지를 짚어내기도 했다. 정금형의 대표작인 ‘7가지 방법’도 당시에 포함됐다.

정금형이 이번에 선보인 렉처퍼포먼스는 미리 촬영한 비디오 영상과 함께, 강연을 하듯 독백을 이어가고, 실제 행위를 눈앞에서 보여주는 형식을 결합했다. 연극과 현대무용을 전공한 작가는 그동안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 특히 성적 암시를 담은 신체 행위를 통해 관습적인 위계질서를 희롱하는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여기에 이번에는 강연 형식을 결합한 것. 또 하나의 퍼포먼스 실험인 셈이다.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미술상이 그녀에게 돌아간 것도 어찌보면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우주만물의 방_페어와 함께 발간되는 카달로그 이미지. [사진제공=커먼센터]

▶혼자 사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들의 자세=또 하나의 의미는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정금형의 퍼포먼스는 전시 ‘혼자 사는 법’의 텍스트 안에서 진행됐다.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사람모형 펀칭백 PRO 2500’. 사람의 형상을 한 이 복싱 연습용 샌드백을 구입해서, 그와 ‘교감’을 나누는 내용이다.

‘혼자 사는 법’ 전시는 이 시대 혼자 사는 사람들의 가구와 그것들로 채워진 공간, 삶의 터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놨다. 가구의 형태를 갖췄으되 실질적인 기능을 상실했고, 공간 또한 제대로 된 의식주를 영위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 아닌 쌓아두고 살아가야 하는 방(우주만물 ‘떳다방’), ‘혼자 하는 성생활’을 위한 여성의 방(이미정 ‘Double life with’). 여기에 라면, 3분카레 등 1인 가구의 식생활을 대변하는 레토르트 식품의 연표를 리서치한 작업(구민자 ‘정통의 맛’)도 있다.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 페어는 혼자 사는 삶의 ‘레시피(Recipe)’를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곧 끝나지만, 여운은 길게 이어진다. 특히 혼자 사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맴돈다. “혼자 살아. 이렇게라도 괜찮다면.”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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