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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홍길용]세상 사는 지혜 ‘내쉬균형’
지난 24일 천재수학자 존 내쉬 박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일반인들에게는 영화 ‘뷰티블 마인드(Beautiful Mind)’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이룬 업적과 세상에 끼친 영향은 ‘유명세’ 그 이상이다.

학자들은 편미분방정식(partial differential equations) 같은 순수수학 부문에서 그의 업적을 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수학공식보다는당장 실생활에 끼친 영향은 비협조게임이론인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 먼저 떠오른다.

내쉬균형은 경쟁자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상태다. 상대방이 현재 전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나 자신도 현재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한쪽은 잃고 다른 한쪽이 얻는 제로섬(zero-sum)이 아닌, 상생(相生)의 추구다.

돌려 말하면 경쟁자 또는 상대방이 전략을 바꾸면 나 또한 전략을 수정해야 서로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균형상태를 다시 만들 수 있다. 보통사람들에게 내쉬균형이 무슨 소용이냐 하겠지만, 당장 투자 등 재테크를 하는 데 중요하다. 경제환경이 바뀌면 대응전략도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 밖에 없다. 2009년 이후 줄곧 돈을 풀던 미국이 6년만에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미국의 뒤를 이어 유럽과 일본도 양적완화를 했지만, 미국이 서서히 정책을 바꾸면 유럽과 일본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미 금리가 ‘0%’인데, ‘마이너스’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년 쯤이면 유럽과 일본도 더 돈을 푼다고는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금리상승 요인이다. 하반기 금리가 좀 더 내릴 수 있겠지만, 큰 흐름 상으로는 금리반등을 대비할 때다.

국내 사례도 들어보자. 26일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회사가 처음으로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주주가 됐다는 의미가 크다. 삼성이 법적으로는 아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계 1위 삼성이 총수일가 개인이 소유한 비상장사를 통해 소유하는 방식이 아닌,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SK도 최근 SKC&C와 SK의 합병발표로 명실상부한 지주사 시대를 예고했다. 주식투자자들도 한동안 외면했던 지주회사 또는 실질적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질 때다. 그래야 대기업집단도, 투자자도 모두 이익이 되는 내쉬균형을 이룰 수 있다.

게임이론은 무려 8차례나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정도로 유용한 이론이다. 그 가운데서도 내쉬균형은 백미로 꼽을 만하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외교분야에서도 유용성이 입증됐다. 내쉬 박사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그의 업적들이 앞으로도 우리 삶을 좀 더 합리적이고 윤택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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