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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염식의 답, ‘감칠맛’에서 찾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인간의 혀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4가지 맛을 느낀다. 맛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하는 이른바 ‘4원미’다.

‘감칠맛’의 사전적 정의는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이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가게 하는 이 맛을 전문가들은 4원미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결론 내리고 감칠맛이라 이름 붙였다. 감칠맛이 실제하는 기본 맛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오랜 논쟁 끝에 현재 감칠맛은 제 5의 기본맛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감칠맛의 대표적인 조미료는 바로 소금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지에 게재된 ‘자연밥상, 건강한 영양소-감칠맛의 염분 지나치면 독’(2013ㆍ라미용)에서는 “수천년 동안 인류는 간간한 감칠맛의 염분에 길들여졌고, 이제는 끊을 수 없고 식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조미료가 됐다”며 “염분의 풍부한 감칠맛은 식욕을 자극시키므로 먹을수록 점점 더 염분의 양이 추가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을 잘하는 셰프가 좋은 셰프다”, “소금을 많이 쳐야 손님들이 맛있다고 느낀다”는 현직 요리사들의 조언처럼 소금은 맛있는 식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다.

그런데 나트륨 과다 섭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사람들은 ‘맛’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트륨 섭취가 과하면 고혈압,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고, 위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그럼에도 조림, 젓갈, 국물 음식을 주로 먹는 한국인의 식생활은 여전히 나트륨 고(高)위험지대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현재(2013년 기준) 4027mg으로 WHO 섭취 권고량인 2000mg의 2배에 달한다. 


[사진출처=123RF]

▶나트륨 섭취 줄이려면, 국물은 피해라?

“이탈리아 파스타는 너무 짜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먹는 파스타는 간이 너무 세다는 지적이 나오던 찰나였다. 그러자 한 요리 전문가가 덧붙였다. “이탈리아 파스타는 ‘농축된 짠 맛’이지만 알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 한그릇을 먹었을 때 먹는 소금의 양이 더 많다.”

소금 섭취를 줄이고자 할 때 제일 먼저 경계해야할 것으로 꼽는 것이 ‘국’이다. 특히나 뜨거운 국은 짠 맛을 감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준 이상의 소금을 섭취하게 만든다. 하지만 국과 찌개가 있어야 한 상이 완성되는 일반적인 한식 한상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국과 찌개를 끊어야 오래 산다’는 조언은 가혹하게 그지 없다.

지난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나트륨 저감을 위한 토크 콘서트 ‘모두가 함께, 싱거운 콘서트’에서는 식품 영양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저염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곳에 참석한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그릇은 문화”라며 식문화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식생활을 바꾸기 보다 가장 과학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류 연구원은 나트륨이 아니더라도 자연물질을 이용해 음식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나트륨 대체제 중에서도 그가 예로 든 것은 ‘조선 간장’이다.

“조선간장은 우리가 그냥 햇빛에다가 발효시킨 다음에 그냥 두잖아요. 그 안에서 많은 반응들, 숙성을 시키게 될 것 같으면 원재료에 없던 성분들이 나오고, 분해되기도 하고, 반응이 일어나서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는 4년 이상 묵은 간장에서 1, 2년 발효된 간장에서 없던 맛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소금의 농도는 같지만 간장의 맛이 전혀 다른, 부드럽고 짜지 않은 맛으로 변한 것이다. 4년 이상 묵은 간장에서 분리한 맛 성분이 쥐 실험에서 나트륨이 없음에도 나트륨 반응을 증가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단순히 나트륨으로 인한 짠맛 외에 다른 경로로 짠 맛을 느끼게 하는 또다른 맛이 오랜 발효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류 박사의 설명이다. 물론 숙성된 간장들에도 나트륨 함량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오래 묵은 간장이 만들어낸 이 ’맛 성분‘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기대다.

“(간장의 발효과정에서) 뭔가 어떤 물질이 나트륨이 직접 체내에 들어가서 혈압을 올리고 혈관 작용하는 것을 막거나 그 작용을 완화시키는 물질이 생겨났을 수 있습니다. 그런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감칠맛 재료, 사진출처=123RF

▶감칠맛에서 저염의 답을 찾다

류 연구원은 “소금을 적게 써도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함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강레오 셰프 역시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이해하면 소금을 적게 쓰더라도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그리고 이들은 그 답을 감칠맛에서 찾았다. 다시마, 멸치, 가다랑어포, 토마토 등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들어있는 식재를 이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다.

류 연구원은 “국과 찌개를 먹지 말라는 것보다 멸치나 다시마를 우려서 끓여내면 나트륨 조절이 가능하다”며 “감칠맛이 많은 식품소재를 많이 활용하면 짠맛은 유지하면서 나트륨 섭취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시마나 멸치, 가다랑어포, 멸치에 나오는 국물에는 핵산 계통의 감칠맛 주 성분이 다 들어있어요. 이런 식품들은 짠 맛 수용체에서 나트륨 없이도 나트륨 반응을 증가시킵니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서 사용하는 MSG(글루탐산 일나트륨)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MSG는 무조건 해롭다는 편견을 넘어 MSG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저염식에 일정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류 연구원은 “몇 년까지만 해도 MSG가 거의 독약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공식적으로 MSG는 많이 섭취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입증이 됐다”며 “어느 나라든지 MSG 안티그룹이 있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대한비만건강학회 오한진 박사도 MSG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 회장은 “아이들이 엄마 젖에서부터 이유식이나 우유로 넘어갈 때 처음에는 잘 안먹는데, 젖에는 감칠맛이 나는 MSG가 들어있는데 우유에는 없기 때문”이라며 “MSG가 들어있는 젖을 먹고 큰 아이들이 우유 맛에 적응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감칠 맛을 이용하면 다른 어떤 음식이라도 짜지 않은 선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오 박사의 조언이다.

오 박사는 감칠맛을 요리에 사용하는 것 외에도 나트륨 배출을 돕는 마그네슘, 칼륨이 많이 포함돼 있는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바나나를 많이 먹으라고들 말하는데 과당이 많이 든 과일보다는 채소를 권장한다”고 했다. 일례로 양배추나 양상추, 토마토 등은 나트륨 배출에 좋은 음식들이다. “나트륨은 섭취도 중요하지만 배출도 중요하다”며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배추나 오이, 가지를 비롯해 달지 않는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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