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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미국 대학의 졸업식
며칠 전 부시 전 대통령이 텍사스에 있는 SMU(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졸업식에서 ‘C학점짜리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축사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이 미국 대학은 졸업시즌이다. 대학은 말 할 것도 없고, 초등하교 고등학교가 다 졸업식을 치른다.

70년대 후반 내 딸의 졸업식 광경이 떠오른다. 공부를 꽤 했던 내 큰 아이가 우등상을 탔다. 우리 같으면 졸업식 장에서 상장 받고 박수를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을 달랐다. 졸업식 전날 교장이 학생과 학부모를 따로 불러 상장을 주고 격려하는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다음 날은 모든 학생을 위한 졸업식이 치러졌다. 수상자를 제외한 졸업생 모두가 꿔다 놓은 보리자루 같이 앉아 있는 그런 행사는 아니었다.

공부를 잘 했다, 사회봉사에 진력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등등의 이유로 시상을 하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영광으로 치부하고 격려하지만 졸업식은 모두를 위한 잔치로 진행했다. 한 단원의 매듭을 짓고 다음 단계로 옮겨 가는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졸업식을 통하여 보여 주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졸업식 식순도 우리완 판이하다. 대학의 경우 학위 수여식이기 때문에 학위 수여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박사학위자만 단상에 올라 총장과 악수하고 학위를 상징하는 후드를 받는 것으로 끝낸다. 우리같이 애국가 제창하고 국민교육 헌장 낭독하고(지금도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총장, 재단 이사장, 동창회 회장이 축사를 하고 교가 제창으로 끝나는 건조하고 진부한 졸업식은 없다.

졸업식의 백미는 외부 인사를 초청하여 졸업생들이 오래 가슴에 새길만한 연설을 듣는 것이다. 각계에서 성공한 인사들이 졸업생들이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할 덕목과 삶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경험을 나누거나 비전을 제시하곤 한다. 텍사스에서 부시 대통령의 익살스럽지만 용기를 북돋는 연설이나, 워싱턴 DC에서 애플 CEO인 팀 쿡이 ‘불의에 맞서 싸우고 사회 정의에 맞서 싸우라’는 말들은 졸업식에서 나온 말이다.

세계 지도자들의 대학에서의 명연설은 숱하게 많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윈스턴 처칠은 미국 미주리의 인구 2만 명도 안 되는 조그만 도시의 대학에서 ‘철의 장막(Iron Curtain)‘이라는 말로 소련을 비판하고 냉전시대를 예견했다. 60년대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승자는 구름 위의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 속의 비를 본다’는 말로 젊은 사람들의 도전 정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5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인생이 뒤통수를 때리더라도 결코 신념을 잃지 말라‘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일갈하기도 했다.

느닷없이 졸업식 타령을 하는 것은 우리의 거의 모든 행사가 주역이 아닌 객꾼들의 잔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행사로 기획하고 연출하고 진행하는 예는 보기 힘들다. 우리 졸업식도 교육의 의미와 품격을 갖춘 근사한 의식이 되길 미국 대학 졸업식 기사를 읽으며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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