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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 형형색색(形形色色) 문래동 골목..철공과 예술의 만남
문래동 철공소 저녁은 젊은 창작예술인의 공간으로 변한다.
철공소에 진열된 형형색색 철 파이프 모습.
알록달록 물감을 칠한 철근

[헤럴드경제=박현구 기자] 서울 영등포역에서 내려 신[헤럴드 경제=박현구 기자] 서울 영등포역에서 내려 신도림 방향으로 걷다 보면 허름한 소규모의 철공소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다. 철을 가공하는 기계음과 망치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려온다. 매캐한 용접 연기가 진동하고 쇳가루 냄새는 코 끝을 간질인다. 자세히 바라보면 세모, 네모, 동그란 모양의 쇠들이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물감을 칠하고 공장 내부에 쌓여있다. 1960년대에 조성돼 성장과 고난의 우리 경제 역사를 간직한 문래동 골목이다. 여기서 만들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도 ‘노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금속 가공기술을 보유했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빈 공장이 늘어나고, 그 고집스러움과 묵묵함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골목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기계음이나 망치 소리가 점차 듣기 어려워질 무렵, 언제부턴가 철공소 골목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 정착해 길거리 벽화를 그리고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비싼 임대료가 버거운 예술가들이 철공소 허름한 이층으로 찾아 들면서 문래창작촌이 생겼다. 
신축 아파트 옆 땀 흘리며 일하는 철공엔지니어 모습
철공소에 진열된 형형색색 파이프 모습 뒤로 일하는 철공엔지니어.
주문이 없어 멈춘 기계장비
주문을 기다리는 기계장비

오후 6시 철공엔지니어의 퇴근시간, 문래동 공장이 셧터문을 닫으면 사람의 발길이 끊겨 정적이 흐른다. 그런데 잠시 후 정적을 깨고 거리에서 음악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곳에서 창작하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한바탕 놀기를 시작한다. 빛과 그림자, 개와 고양이처럼 도심의 옛 대장간과 젊은 예술가들의 동거동락 공간이 열린 것이다. 전시 기획을 하는 박무림(50)씨는 “공장이 문 닫은 저녁은 달라진다. 전혀 다른 업종의 특색있는 동거는 세계에서 문래동 밖에 없다”고 말한다.
완성품을 가공해 손님 기다리는 철공소 주인
문래동 철공엔지니어의 일상
철공소 뒤로 들어선 현대식 건물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망치모양 벤치와 대장간 모습

예술과 철공소가 만나는 거리는 색을 담은 쇠 파이프의 변신이 있다. 젊은 예술작가들이 흥에 겨워 멋대로 하는 헛짓거리(?)도 만날 수 있다. 쇠를 깎고 녹여 부품과 소재를 만드는 산업을 뿌리산업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래동 골목은 뿌리 중의 뿌리라 할만하다. 2014년 서울 문화재단 문화예술공장과 문래창작촌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이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은 형형색색 색다른 골목길로 변신 중이다. 예술가들과 철공엔지니어들이 협업으로 골목에 망치모양의 벤치와 아트화장실, 이정표, 철로 만든 우편함 등이 걸리게 되었다. 작년 말 이곳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산업과 문화가 만나는 창조경제의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어 더 기대가 크다“ 며 ”최고 기술을 가진 문래 소상공인과 예술인의 감각이 접목되면 ‘메이드 인 문래’ 라는 명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래동58번지 터줏대감인 철공소 사람들과 지역의 예술가들이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며 ‘한동네 가족’으로 동거하는 가운데, 이 곳이 ‘창조의 산실’로 자리잡길 기원해 본다.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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