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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붙은 夏鬪] ‘파업없는 교섭’ 시험대 오른 국내 완성차…노사 꼬이면 더 큰 위기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자동차업계에서 하투(夏鬪) 기간이 도래했다.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다 수출부진마저 겪고 있는 가운데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쳤다. 해마다 여름을 앞두고 시작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협상이다. 이번에도 노사가 갈등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다면 하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암초에 걸린 자동차 산업이 하투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자멸할 것이란 우려가 깊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상견례를 열고 임단협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을 위해 늦은 밤에도 라이트를 켜가며 차량들을 선적하고 있다. 울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현대차 노조는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임금인상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당기순이익(2014년)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토요일 유급휴일제 도입 등도 포함됐다.

나아가 ‘국내공장의 신설과 증설을 즉시 검토하고, 국내 및 전체 생산량(해외공장 생산량)에 대해 노사 간 합의한다’는 등 단체협약 개정 조항도 5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노사는 첫날부터 어디서부터 협상을 시작할지조차 정하지 못하며 험로를 예고했다. 특히 예년과 달리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해외 생산량을 합의 하에 조정하자는 노조 요구에 현대차 측은 경영권 영향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4월 23일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가졌다. 당시 정종환 한국지엠 지부장은 “조속히 앱실론(말리부 후속 차량)의 생산 지역을 선정하고, 2공장 단종 차종의 후속 모델을 빨리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 인상안과 월 상여금의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한국지엠은 작년 적자를 기록했고, 현재 여러가지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올해도 파업없이 교섭을 한다면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지엠이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제임스 김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영입한 것을 향후 한국지엠 노사 협상의 변수로 보고 있다. 제임스 김 COO는 IT업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도 이달 중으로 상견례를 갖고 일제히 임단협에 들어갈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의 협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리딩컴퍼니인 현대차의 노사 협상 내용에 따라 나머지 업체들의 협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위기에 봉착한 원인을 ‘고비용 저효율’로 진단하며 노사 협상도 이 같은 악순환을 개선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차의 경우 연봉 1억원 수준의 울산공장 시간당 생산량은 53대이지만 7000만원 정도를 받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경우 시간당 73대다. 차 한 대 만드는 시간도 울산공장(30.3시간)이 앨라배마공장(14.4시간)의 배를 넘는다.

이에 따라 생산기지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 현대차 노사 협상에 있어 주요 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안에 부합해 명백한 생산성 향상 목표치도 제시하고, 사측은 전환배치 등 노동유연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를 해외에 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5년간 임금이 꾸준하게 오른 반면 연구비는 되레 줄었다. 한국지엠은 5년간 임금이 50% 상승했지만 연구비는 2010년 6222억6400만원에서 2014년 5941억5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르노삼성도 5년전 프랑스 본사 임금의 80% 전후 수준이었지만 현재 본사 임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반면 연구비는 2010년 1481억4500만원에서 2014년 1437억300만원으로 후퇴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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