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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기 변호사의 생활법률] 상속포기에 관한 오해와 법률적 진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의 주인공이 재벌 부모 앞에서 상속포기를 선언하고 대신 가족의 행복을 선택하는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극중 결말은 이상적이고 비장한 선택으로 비춰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민법에서 상속의 포기란 상속개시에 따라 피상속인(사망자)에게 속하던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 일체가 상속인에게 당연히 이전되는 상속의 효과를 거부하는 행위”라면서, “그러나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공동상속인 간에 또는 피상속인과 상속포기약정을 했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즉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야만 효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드라마 속 주인공이 생전의 부모 앞에서 선언한 상속포기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하겠다.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재산이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넘어가 주의해야
일반적으로 상속포기는 사망한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사한 후 상속재산이 상속받을 채무보다 적을 것이 확실한 경우 하게 된다.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인은 더 이상 상속인이 되지 않고 상속재산 전부의 포기만 인정된다.

그런데 상속전문 홍순기 변호사는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재산이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넘어가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고 후순위의 상속인이 되는 자신의 어린 자녀가 이를 상속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녀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A회사는 B씨에게 6억 원을 빌려주었고 B씨의 배우자 C씨가 연대보증을 섰다. A사는 B씨가 돌려줘야 할 빚을 남긴 채 사망하자 상속인인 C씨와 그 자녀 2명을 상대로 빚을 갚으라고 청구했다. 이에 자녀 둘은 상속을 포기했고 A사는 B씨의 배우자 C씨와, 상속을 포기한 자녀 둘의 자녀, 즉 손자녀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상속포기할 때에는 후순위 상속인까지 모두 상속을 포기해야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소송에서 손자녀들은 자신들이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 3부도 손자녀들을 공동상속인으로 인정하며 C씨와 손자녀들이 함께 빚을 갚아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이 시작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면서, “사망자의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면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밝혔다.

민법에서는 1순위 상속자를 배우자와 최근친 직계비속인 자녀로 정하고 있으므로 손자녀나 부모는 후순위 상속자가 된다. 따라서 그동안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이미 상속효과가 발생한 상태에서 상속포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배우자만 단독상속하는 것인지, 상속포기 시점에서 상속이 새로 이뤄져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앞으로 채무자가 사망하고 채무자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배우자와 함께 그 손자녀를 상대로 빚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홍순기 변호사는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후순위 상속인 즉 피상속인의 부모나 손자녀까지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홍순기 변호사는 “만약 위 사례와 같이 상속이 후순위로 개시된 줄 모르고 있다가 손자녀가 소송을 당했다면 상속포기 신고기간이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이므로 자신이 상속인임을 몰랐다는 사실을 소송을 통해 입증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이례에 속한다고 하여 손자녀들에 대하여는 상속포기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손자녀들은 이를 이유로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상속채무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 법무법인 한중 홍순기 대표변호사, 02-584-1717>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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