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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다 전 고문 “삼성 성공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어라 …지금 필요한 것은 리셋(Reset)”
-신경영선언 기폭제가 된 후쿠다 보고서
- 글로벌 1위로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삼성 미래는 없다
- 팔기 위한 디자인 아닌 감동주는 디자인 해야
- 언제나 미래만 얘기하던 이건희 회장에 조언 듣고파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신경영선언은 잊어라. 삼성은 지금까지 성공한 기억 모두 잊어야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직 리셋(Reset)이다.”

지난 7일 신경영선언 22주년을 차분히 맞은 삼성그룹. 신경영선언의 촉매제를 제공했했던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고문이 날선 조언을 쏟아냈다. 쓴소리의 상대는 삼성이다. 신경영 선언 이후 글로벌 1위기업으로 올라섰으나 수성을 위한 여러가지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다.

후쿠다 전 삼성고문은 11일 삼성 사내 미디어인 ‘미디어삼성’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신경영 선언을 잊어라”면서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삼성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198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고문으로 삼성과 깊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그는 1993년 신경영선언의 기틀이 됐던 일명 ‘후쿠다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1류였던 소니에 비해 삼성전자 디자인은 2류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해 6월 일본을 방문한 이 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후쿠다 전 고문에게 ‘경영과 디자인’란 보고서를 받았다.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보고서를 몇차례나 정독했다. 이 회장은 독일에 도착한 순간 불량세탁기 고발프로그램으로 격노했고 급기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졌다.

후쿠다 전 고문은 100년기업을 꿈꾸는 삼성에 “1993년 기억을 잊어라”고 주문했다. 성공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라는 고언이다. 그는 “신경영 선언 후 10년동안 삼성의 변화는 대단했다”면서 “10년간 매출은 30배 늘어났고, 10개의 전략을 세워 10개 모두 성공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후쿠다 보고서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이 처한 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후쿠다 고문은 “삼성은 이제 글로벌 1위 기업이라 목표로 삼을 곳이 없다”면서 “선구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하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경영 당시 기업규모가 크지 않아 혁신이 쉬웠지만, 지금은 임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있고 위상도 달라져 혁신이 그만큼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종조차 바꾸는 GE와 주력제품을 바꾸는 소니와 파나소닉을 예로 들면서 삼성도 결단을 내려야할시기라고 역설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글로벌 1위기업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1993년보다 더 신중하게 준비해야한다”면서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삼성인 전체가 진심으로 고민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준비하면 5년 후에 답이 나온다“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삼성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물건을 팔기위한 디자인을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판매촉진을 위한 디자인은 큰 죄”라면서 “디자이너는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과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속이면 의미가 없다”면서 “감동가치와 경험가치를 주안점으로 두고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병상에 있는 이 회장에게 미래를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항상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의 시선은 언제나 앞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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