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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백신에서 진단까지…‘질병이 곧 기회’ 1000조 의료산업의 거부들
年 1000조원 규모 의약품시장
순수의료산업 부자만 105명

딜립 샹비·사이러스 푸나왈라등
제약·장비 생산 의료제국 건설
마싱톈·카를로스 산체스등
亞·남미 제약巨富 세계무대 두각



[슈퍼리치섹션=홍승완ㆍ윤현종 기자]연간 1000조원 규모의 거대산업이 있다. 자동차(600조원)와 반도체(400조원) 산업을 합한 정도로, 거대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매년 높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선진국ㆍ개발도상국ㆍ후진국 등 모든 나라에 시장이 열려있기도 하다.

바로 제약산업이다. 제약을 포함한 의료산업은 21세기 들어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인류의 고령화와 함께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거대 인구국가의 경제성장이 맞물리면서 의료산업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제약협회가 내놓은 ‘2014 한국제약산업 길라잡이’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000조원, 2016년이면 무려 14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나 의료서비스 등의 헬스케어 분야를 합치면 시장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다.

그렇다보니 의료산업은 슈퍼리치들이 가장 많이 ‘숨어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포브스가 현재 집계하고 있는 제약, 의료, 헬스케어 분야의 자산 10억달러 이상 빌리어네어 수는 105명이다. 삼성이나 GE처럼 의료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부호는 제외하고 순수의료산업의 부호만 추려도 이 정도다. 통신(27명), 자동차(41명) 산업을 훌쩍 넘어 금융산업(10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안타깝지만, 에볼라나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의 등장은 이들 의료부호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전 지구가 공포에 떨 때 이들의 ‘기업가 정신’은 더욱 충만해진다. 세계 의료산업의 거부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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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왕, 약국왕, 병원왕, 아동백신왕…의료계의 거부들=의료분야의 거부들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현재 제약과 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산업에서 전 세계 최고 부호는 인도의 딜립 샹비(Dilip Shanghvi) 선 파마슈티컬사의 회장이다. 인도 뭄바이에 거점을 둔 선 파마슈티컬사는 샹비 회장이 1983년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다. 당초에는 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꾸준히 성장했고, 2014년 란박시(Ranbaxy)사를 인수하면서 인도 최대의 제약사로 도약했다. 항암제와 당뇨병 치료제들을 주로 생산한다. 현재 샹비 회장의 재산은 171억 달러, 우리 돈 19조원으로 평가받는다.

1위인 샹비 회장이 인도의 제약왕이라면, 2위의 스테파노 페시나(Stefano Pessina) 월그린부츠그룹 회장은 ‘미국의 약국왕’이다. 자산 129억 달러의 페시나 회장은 이탈리아인이지만, 50개주에 걸쳐 80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미국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Walgreens)과 영국과 아일랜드시장 1위의 약국 체인인 부츠(Boots)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소도시 페스카라 태생인 페시나 회장은 가족이 경영하던 작은 약도매상을 1977년 미국에 진출시켜 오늘날의 거대 회사로 키워냈다.

자산 84억 달러의 토마스 프리스트 주니어(Thomas Frist, Jr.) 호스피탈코퍼레이션(Hospital Corporation of America)그룹 회장은 전세계 병원장 중 가장 부자다. 호스피탈코퍼레이션사는 이름 그대로 병원기업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 162개 종합병원과 113개 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프리스트 주니어 회장은 1968년 아버지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 네시빌에서 회사를 창업해 세계 최대의 병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인도의 사이러스 푸나왈라(Cyrus Poonawalla) 세럼 인스티튜트 회장은 소아 백신의 왕이다. 세럼 인스티튜트는 각종 UN기구와 전세계 140개국에 소아용 백신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어린이 2명 중 1명이 이 회사의 백신을 접종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푸나왈라 회장의 자산은 67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는 일명 돼지독감(swine flu)으로 불리는 신종플루의 백신도 개발 중이다.

자산 66억 달러의 칼 쿡(Carl Cook) 쿡그룹 회장도 글로벌 의료제국의 주요 멤버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1963년 설립한 쿡그룹은 전 세계 135개국에서 병원에 납품하는 각종 수술용 비품과 장비 등을 공급한다. 흔히 ‘카테터’라고 불리는 수술용 가는 관부터 각종 바늘까지 거의 모든 의료용 비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중국ㆍ브라질ㆍ인도…한방약ㆍ복제약에서 세계적 제약사로=최근 10여년 새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의료부호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왔다. 대부분은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약사 주인들이다.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특정 약품 분야에서만 1등을 해도 세계적인 제약사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자산 30억 달러의 마싱톈(馬興田) 캉메이(康美)사 회장이다. 한약재 기반의 약품으로 양약에 덜 친숙한 중국인들을 공략해 크게 성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감기약인 캉메이리러(康美利樂)와 항생제인 캉메이누오샤(康美諾沙) 등이 대표 제품이다.

슈아이 팡원(師放文) 후난얼캉(湖南爾康)사 회장도 신흥 의료부호다. 주사제 등의 약용보조제들을 주로 생산하는데, 포도당주사제용캡슐인 얼캉촨디엔펀쟈오낭(爾康全澱粉膠囊)이 중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슈아이팡원 회장의 자산은 27억달러 우리 돈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간과 폐기능 개선 캡슐로 유명한 지민커신(濟民可信)사의 리이하이(李義海) 회장, 진통ㆍ지혈 캡슐로 유명한 간수두이웨이(甘肅獨一味)사의 췌웬빈(却文彬) 회장 등도 자산이 각각 2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를로스 산체스(Carlos Sanchez)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의료 부자다. 브라질 최대 제약사인 EMS사를 이끌고 있는 그의 자산은 22억 달러로 평가받는다. 제너릭(특허기간이 끝난 복제약) 제조로 성장한 그는 EMS사를 남미의 대표 제약사로 성장시키고 있다. 자산 26억 달러의 인도의 람 프라사드 레디(P.V. Ram prasad Reddy) 아우로빈도(Aurobindo Pharma)사 회장이나, 자산 59억 달러의 캐나다의 버나드 셔먼(Bernard Sherman) 아포텍스(Apotex)사 회장 역시 제너릭을 기반으로 내수시장에서 성장한 회사를 글로벌하게 키워 부를 움켜쥔 인물이다. 


패트릭 순시옹·칼 쿡·홈즈 등
더 나은 진단·치료 위해 연구
돈벌이보단 의료계 혁신 주도
존경과 향후 행보 기대 한몸에

의료기기社 인수 글로벌펀드들
인류 ‘생명연장’의 꿈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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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의료를 향해’…‘의료계의 잡스’들=사실 의료 거부들에게선 의료인보다는 냉혹한 사업가로서의 냄새가 더 난다. 지구인의 건강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에도 소수나마 존경과 기대를 받는 혁신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 박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자산 121억달러 ‘역사상 가장 부자 의사’다. 그는 세계 의학계의 진정한 천재로 평가받는다. 23살의 나이에 요하네스버그에서 의대를 마친 후 서른한 살이던 1983년에 UCLA 교수로 채용됐다. 이후 탁월한 연구 성과를 기록한다. 외과의사로도 뛰어나 1987년 세계 최초의 췌장완전이식 수술에 성공하기도 한다. 1991년에는 당뇨병 연구소인 ‘VivoRX’를 차려 지금까지 무려 120개가 넘는 관련 특허를 따냈다. 이름은 연구소였지만 ‘VivoRX’의 직원은 자기 자신뿐이었다. 이후에는 연구소인 ‘아브락시스 바이오사이언스’를 차려 유방암 치료제인 아브락산을 개발하기도 한다. 아브락산의 개발로 연구소는 대형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패트릭 박사는 2010년 회사를 3억달러에 셀진(Celgene)사에 매각한다.

이후에도 그는 바이오테크 관련 회사들을 잇달아 설립하며 의학분야의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아브락산을 비롯해 그가 가진 많은 의료특허에 따라 그의 재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0년에는 매직 존슨으로부터 NBA 명문구단인 LA레이커스의 지분 4.5%를 인수하기도 한다.

현재 그는 거대한 암진단 시스템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각 병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세계 암환자들의 DNA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거대 컴퓨터가 분석해 환자의 DNA별로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치료약과 치료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구축되면 환자들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자신에게 통계적으로 가장 적합한 암치료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암의 진단과 치료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각국의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 테라노스(Theranos)사 창업자도 세계 의료계가 주목하는 젊은 혁신가다. 올해 불과 서른한 살의 미녀과학자지만, 타임지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했다. 그녀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검사해낼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개발해 진단분야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을 빠르게 검사할 수 있어, 의료비용 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테라노스사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 테라노스사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지분 가치만 4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글로벌 펀드들의 무대가 되어가는 의료산업=무역장벽의 철폐를 기반으로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제약, 의료기기회사들 간의 M&A가 본격화되면서 상당수의 의료회사들은 거대 자본들의 품에 안겼다.

그렇다보니 선대가 만든 회사를 매각한 부호들도 많다. 자산 87억달러의 에르네스토 베르타렐리(Ernesto Bertarelli)도 할아버지가 설립한 이탈리아 제약사 세로노(Serono)를 매각해 부를 움켜쥐었고, BASF 창업자의 증손자인 커트 엥겔혼(Curt Engelhorn) 역시 호프만라로쉬사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큰돈을 벌었다. 세계 최대의 골절치료용 보형물 생산업체인 신씨스(Synthes)의 상속자 한스요르그 바이스(Hansjörg Wyss) 역시 2011년 회사를 213억 달러에 존슨앤존슨사에 매각했다.

이미 2013년 기준 세계 10대 제약사 가운데 9개사의 주인은 모두 글로벌 펀드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펀드 가운데 하나인 뱅가드다. ‘노바티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최대주주는 뮤추얼 펀드인 ‘닷지앤콕스(Dodge&Cox)’이고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최대주주 역시 펀드인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Wellington Management Company)다. 항우울제인 ‘프로작’으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정도만 설립자가 죽기 전에 만든 자선재단이 최대주주다.

이들 글로벌펀드 뒤엔 유대계, 미국계, 중동계의 거부들이 자리잡고 있다. 인류에게 필수일 수 있는 의료산업을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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