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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메르스 판데믹’ 진앙지, 사우디 왕실부호들은 지금…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윤현종 기자]“국가의 미비한 보건 시스템이 중동호흡기증후군(MRES·메르스) 바이러스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뉴욕타임스(NYT)

“결국 인재였다. 병원 대기실에 낙타(메르스 감염 매개체)가 앉아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워싱턴포스트(WP)

지난해 4월에서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급증한 당시 사우디 당국의 메르스 대처방식을 비판한 외신의 보도다.

2012년 9월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사우디는 3년째 메르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2년 첫 발병 이래 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1027명(이달 9일 기준)에 달하고, 400명 넘게 사망했다.


메르스 첫 발병 이후 사우디 왕실의 ‘초기 대응 오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불러왔다.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사우디의 군주제 사회에서 보건 전문가들은 신종 전염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감염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국제적 협조도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당시 국왕이었던 고(故)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와 그의 오랜 심복, 압둘라 알라비아(Abdullah Al Rabiah) 당시 보건장관의 잘못된 ‘의리’가 메르스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라비아 보건장관은 발병 초기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의 개입을 차단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은 자국민보다는 병원 내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에게서 주로 발병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의 고위 관료들은 초기에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알라비아 보건장관은 압둘라 국왕의 최측근으로 신임을 받고 있었다. 국왕이 국가수비대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알라비아는 군의관으로 그와 함께 복무했고, 2009년 보건장관 자리에 올랐다.


압둘라 국왕과 알라비아 보건장관의 미숙한 초기 대응에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르스는 삽시간에 사우디 전국으로 퍼졌고, 이후 다른 중동국가나 미국, 유럽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지난해 4∼5월 두 달간 사우디의 가장 큰 무역도시 제다에서 환자가 350여명 폭증했다. 이른바 ‘제다 창궐’이다. 

이 상황에서 알라비아 보건장관은 “계절적 요인일 뿐이다. 정부는 이미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다. 추가 예방책은 없다”고 밝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하지만 제다 창궐 당시 ‘킹파드병원’과 ‘킹파이살병원’ 두 대형병원에서는 일반 환자가 메르스 환자와 응급실에서 뒤섞이는 등 의료진은 위생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또 감염자 역학조사는 물론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인 격리와 추적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가 메르스의 위험성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퍼져나갔다. 일반 시민과 의료진까지 메르스 공포에 빠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압둘라 국왕은 결국 알라비아 보건장관을 경질하고 급히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압둘라 국왕은 당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메르스 발병이 급증한 제다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알라비아 장관의 뒤를 이어 부임한 압델 파키(Adel Fakeih) 보건장관은 즉시 자문기관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제다에 메르스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질병관리센터’를 열었다. 또 제다 지역의 병원을 직접 돌며 ‘정보의 투명한 공유가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내세우고, 환자 추적과 공중 보건 관리, 역학조사 등을 시작했다.

의료진 사이에 메르스 감염사태가 일어난 제다 소재 킹파드병원에 대해서는 원장을 해임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했다. 이어 킹파드병원에 메르스 환자 전담 구역을 따로 만들었다. 열이나 호흡기 문제를 보이는 환자들은 이 전담구역으로 신속하게 격리했다.

이 같은 고강도 방역 노력으로 인해 신규 감염자가 줄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올해 1월 압둘라 국왕 서거 후 즉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Salman Bin Abdul Aziz) 국왕에게도 메르스 방역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살만 국왕은 최근 메르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흐메드 알카티브(Ahmed Al Khatib) 보건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알카티브 장관은 지난 4월 현장 시찰 도중 수도 리야드의 한 사립병원의 의료지원 수준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과 거칠게 말싸움 벌이는 짧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해임됐다.

알라비아 보건장관의 해임 뒤 현재까지 보건장관만 네 차례 바뀌었다. 메르스를 겪으면서 의료체계에 예민해진 국민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보건장관에 칼리드 알팔리(Khalid Al Falih) 사우디아람코 회장이 임명되면서 또다시 방역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왕족의 일가인 알팔리 회장은 살만 국왕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알팔리 회장은 보건장관에 임명되기 전에는 석유생산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차기 석유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사우디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회장인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정부 내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로도 꼽힌다. 사우디 아람코는 한국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사이기도 하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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