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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정복과 굴복사이…부호들의 전염병 처방전
빌 게이츠 “전세계 5억 어린이 질병 예방해줄 기부는 내인생 최고의 투자”…저커버그 “백신 접종은 효과 있고 건강에 중요하단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이혜원 인턴기자]“에볼라 환자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

지난해 8월 서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의 귀국이 결정되자, 미 부동산 재벌 도날드 트럼프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지 말고 현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부호의 ‘이기적 발언’은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은 그가 ‘rant(큰소리로 불평하다)’했다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는 사진을 함께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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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빌딩’의 주인공으로 약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의 자산가인 그는 평소에도 세균(germ)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책상 1제곱인치(per square inch)당 1만7000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타인과의 악수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성과의 악수는 거부하지 않고,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면서 선거에 나서게 되면 악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소 ‘속물 부호’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병은 돈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부호라고 ‘공포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리 없다. 세계 1위 부호 빌 게이츠도 지난 5월 말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제 2의 스페인 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도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빌 게이츠. (영상=유튜브)


그는 “내 생애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 그러나 에볼라보다 더 끔찍한 전염병이 돌 확률은 50%가 넘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에볼라의 확산을 돌이켜보면, 전 세계가 얼마나 전염병에 준비돼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게이츠는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세계 1차대전 때보다 많지만,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단지 스페인 언론이 처음 보도했다는 사실만 안다”면서 “만약 다음에 이 같은 전염병이 돌면 250일 내 3300만명이 죽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캐나다 인구와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게이츠의 말대로 실제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조류독감과 사스(SARS), 신종인플루엔자(H1N1), 에볼라에 이은 메르스(MERS)로 인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9년 북미대륙에서 발생한 신종플루의 사망자 수는 1만8500여명, 지난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역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4년 말 홍콩에서 발생한 변형된 조류독감 역시 300명 이상 희생자를 냈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가 최근까지 23개 국가에서 114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46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40%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은 같은 부호라도 트럼프와 게이츠가 판이하게 다르다. 게이츠는 진작부터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행동에 나섰다. 15년 전 국제 민간ㆍ공공조직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설립을 도왔고, 올 1월에는 “에볼라를 교훈 삼아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어린이 백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GAVI에 15억 달러를 지원할 것도 약속했다. 게이츠는 “홍역부터 자궁경부암까지 전 세계 5억명 어린이의 질병을 예방해줄 기부에 나선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투자”라고 자평했다.

게이츠의 전염병 퇴치 기부에는 국경이 없다. 지난해 말에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국내 기업인 SK케미칼에도 490만 달러(약 55억원)가량을 지원했다. 2017년 9월까지 집행되는 이 지원금은 신규 장티푸스 접합 백신의 초기 임상시험을 위한 것이다.

그의 평생지기이자, 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 역시 지난해 가을 에볼라와의 전쟁을 위해 아프리카에 1억 달러를 쾌척했다. 그는 “지금이 에볼라 퇴치에 나설 시점”이라며 “함께하면 에볼라 퇴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적십자와 유니세프 등에 ‘에볼라 퇴치’에 쓸 수 있도록 2000만 달러를 기부한 뒤였다. 175억 달러의 자산가인 앨런은 이미 15억 달러 이상을 뇌질병 연구 등 건강 관련 부문의 기부에 나선 바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도 에볼라 퇴치를 위해 2500만 달러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기부했고, 빌 게이츠 부부는 그들의 재단을 통해 에볼라 창궐 지역에 5000만 달러를 보탰다. 아프리카 대륙 최고 부호인 알리코 당고테 당고테그룹 회장 역시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엘론 존슨 서리프(Ellen Johnson Sirleaf) 라이베리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의료인력과 시설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멕시코 최고 부호이자 게이츠와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다투는 카를로스 슬림 역시 2013년 7400만 달러를 질병퇴치를 위한 유전 연구를 위해 기부하며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 지원 외에 의식 전환을 위한 움직임에도 적극적이다. 올해부터 2주에 한권 책 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CEO는 ‘저커버그 북클럽’의 네 번째 책으로 지난해 9월 출간된 ‘면역에 대하여(On immunity)’를 선정했다. 빌 게이츠도 이 책을 올여름 휴가에 읽어야 할 도서 7권 중 한 권으로 선정했다. 그는 “백신은 많은 생명을 구했다”며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시선은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부호이자 스타였던 고(故) 마이클 잭슨 역시 트럼프처럼 세균 공포증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습관처럼 했고, 항체 생성을 위한 백신 접종도 세균이 몸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잭슨은 질병에 대한 두려움만큼, 질병 퇴치를 위한 기부 역시 활발히 참여했다. 특히 에이즈나 암 등 고치기 어려운 병에 대해선 꾸준히 기부 활동을 했다.

기아 구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85년의 싱글 음반 ‘We are the World’는 아프리카의 기아로 인한 난민 구호를 위해 그가 작곡한 곡이다. 1984년엔 자선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했지만, 아프리카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망 당시 총 자산 6억 달러였던 그는, 부와 명예를 안긴 사회에 무엇을 돌려줘야할지 알고 있었던 셈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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