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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혁신, 지금이 골든타임] '기본료 폐지'는 능사인가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금 통신비가 정치 이슈가 돼 버렸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격 규제를 넘어 정부가 가격 결정을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공약이 기본료 폐지입니다. 현실성이 없습니다. 유휴주파수(700㎒) 대역을 모두 방송사에 넘기겠다고 하는 발상도 결국 방송사 압력에 정치권이 굴복한 결과입니다.”

카이스트(KAIST) 경영대 이병태 교수의 말이다. 정부는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없이 기본료 폐지와 유휴주파수대역 방송사 할당을 주장하며 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공약의 가시적인 성과 달성을 위해, 정치권은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을 위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치 포퓰리즘이 통신 시장을 왜곡시키고, 기술 혁신을 저해하며, 결국은 소비자 후생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발이 크다. 


▶기본료 폐지, 통신료 인상 부작용 부른다

“제가 발의한 기본료 폐지법을 받아드리면 (장관이) 통신료 인하에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드리겠다”. 16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본료’를 두고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기본료 폐지만이 통신료 부담 인하에 정답이라는 논리다.

평소 ‘통신’에 관심 없던 국회의원과 정치권이, 지난해 단말기 유통법 발효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현상을 틈타, 펼치고 있는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만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통신료 인하안이고, 정부나 상대 정당, 다른 의원들이 내세운 것은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업계에 따르면, 정치 포퓰리즘에 의해 추진되는 대표적인 통신정책이 기본료 폐지다. 현재 우상호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대표 발의로 기본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16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안건이 상정돼 논의됐다.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는 기본료는 전기통신설비 구축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책정돼 있지만 현재는 망 구축이 완료돼 존치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 우상호 의원 등의 주장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배덕광 의원 등을 중심으로 기본료를 절반가량으로 내리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업계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래부는 ”기본료는 과거 통신 서비스 초기 ‘이부 요금제’(기본료+사용량 기반의 통화료)의 한 구성요소였으나 현재는 기본료 없이 사용한 만큼 통화료만 받는 ‘선불요금제’와 기본료·통화료 구분 없이 월정액으로 음성·데이터를 사용하는 ‘정액요금제’ 등으로 요금제가 운영되고 있다“며 ”기본료의 성격 자체가 모호하다“고 보고 있다.

또 통신요금은 전기나 도시가스 요금과 같은 공공요금과 달리,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기본료 폐지와 같은 강제적이고 인위적으로 요금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미래부의 입장이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는 “지난해 이통 3사 영업이익 합계는 2조 1098억원으로, 1인당 1만 1천원인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그에 해당하는 7조 5514억원을 제하게 되면 5조 5296억원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본료 폐지가 실현된다고 해도 결국 다른 요금을 올리거나 소비자 혜택을 줄여 통신사들이 영업이익을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민간기업인 통신사업자가 적자로 전환될 경우, 국내 ICT 산업 기반이 와해되고, 국민의 통신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본료를 낮출 경우 통화요금이 높아져야만 정상적인 사업영위가 가능하다, 일부 소량 이용자는 혜택을 볼 수 있으나, 대다수의 이용자는 오히려 부담이 크게 증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통계청 조사 가계통신비 추이(2004~2015)

▶5G 기술 혁신과 데이터 사용 급증 외면한 유휴주파수 방송사 몰아주기

망설비 구축이 완료됐으므로 이에 따른 비용 보전의 필요도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업계ㆍ학계에선 의견을 달리한다. 실제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각 이동통신사가 제출하고 공시한 자료를 종합하면 이들 3사의 총 설비투자액은 연간 6조~8조 3천억원에 이른다.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첫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5G(5세대 통신기술)에 대해서도 지난 2011년 LTE 망구축 비용인 7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기본료 폐지 등 인위적인 요금 인하 압박이 5G와 사물인터넷 등 통신사들의 기술 혁신 동력을 해체시킬 것이라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주장이다.
정치권이 UHD(초고화질) 방송을 위해 KBS와 MBC, SBS 등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유휴 주파수 700㎒문제에 대해서도 “통신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00㎒대역은 아날로그 TV를 디지털 TV로 전환하면서 여유가 생긴 주파수 대역으로 애초 정부는 재난망을 제외하고 통신용으로 할당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사들과정치권의 반발로 현재는 방송사 할당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희대 홍인기 교수(전자전파공학부)는 “통신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추가 주파수 자원이 필요한데 남아 있는 주파수 자원이 많지 않아 전세계 각국이 700㎒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며 “단 한 국가도 UHD 지상파 방송용으로 할당한 예는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지상파로 TV를 보는 사람은 6.8%에 불과하다”며 “지상파 수신을 위해 주파수를 할당하려는 게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과 5G 등의 변화를 위한인프라가 주파수”라며 “향후 경제 발전, 기술발전을 위해서 700㎒대역은 전적으로 통신용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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