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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황 총리, 자격논란 불식하려면 메르스부터 잡아라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했다. 인준 찬성률 56.1%가 말해주듯 ‘반쪽 총리’ 오명을 쓰고 박근혜 정부 3기 내각을 이끌게 됐다. ‘불통 대통령’에 지친 여론이 이번 만은 야당도 마다않는 국민 통합형 소통 총리를 바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거꾸로 이념 편향이 뚜렷한 공안통 총리를 내세워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황 총리는 병역기피 의혹과 전관예우 등의 흠결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운좋게도 집중포화를 피해갔다.

그러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평소 총리 무용론을 펴던 사람들도 초유의 메르스 사태에 강력한 컨트롤 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보면서 총리의 공백을 실감하게 됐다. 50여일간 총리대행을 맡은 최경환 부총리는 메르스와 경제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겉돌았고, 이럴 때 나서라고 만든 사회부총리는 오히려 보건복지부 와 엇박자를 내며 혼선만 빚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를 얕봤다가 방미 일정도 연기하는 등 뒤늦게 나섰으나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외칠뿐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처럼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 황 총리가 등판한 만큼 책무가 실로 막중하다. 최우선 과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메르스 사태 종식이다. 황 총리는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에도 실패한 정홍원 전 총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사고 초기에 현장에서 물세례를 받자 차 안으로 피신하는 등 무기력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황 총리는 ‘민심의 물세례’를 겁내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메르스에 고통받는 환자, 치료와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진, 외로움과 생활고를 감수하는 격리자, 경기불황에 우는 자영업자, 그리고 심리적 공포감에 시달리는 국민의 고충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실효적 대책을 찾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명장을 받은 황 총리가 총리 취임식에 앞서 국립중앙의료원 등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잘한 일이다.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도, 4대 개혁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황 총리가 그토록 신봉하는 국가안보의 첫 계명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니만큼 메르스 종식에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메르스 덕분에 총리가 됐다는 ‘메르스 총리’ 대신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킨 ‘메르스 총리’라는 타이틀을 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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