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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의 SK합병 반대 이해 안된다”...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委 도마 위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지난 24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위원장 김성민)가 SK 합병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재계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 데다, 국내외 투자전문기관에서도 역시 미래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합병안이라며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던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및 자산운용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25일 “SK합병건에 대해 시장에서 다 찬성하고 있고, 특히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마저 찬성한 안건을 두고 왜 반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4월 신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재원 확대, 옥상옥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C&C와 SK㈜ 간 합병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

애초 시장에서는 이 합병에 대해 “사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고, 합병계획 발표 이후 주가도 상승했다.

실제로 KDB대우증권은 “사업지주회사로서 합병 법인의 사업가치 및 자회사 지분가치 증대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 매력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도 “합병을 통해 확보된 자금 여력을 유망한 분야에 투자할 수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했고, 하나대투증권은 “연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입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고 인수합병(M&A) 등 신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역시 이달 중순 외국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번 합병은 경제적으로 특정한 회사에 유리한 거래로 보이지 않으며, 그룹의 이중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대주주, 경영진, 이사회의 이해관계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잘 부합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김성민 위원장(한양대 교수)은 이날 “(합병 비율 산정 과정이) 적법해도 경제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권자인 국민이 피해를 입는지를 봐야 한다”며 합병시 피해를 본다는 판단을 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합병 결정 시점이나 합병 비율 측면에 있어서 SK 주주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합병 시점을 전후로 몇 달간의 자료를 검토했지만 합병 시점이 SK 주주들에게 가장 불리한 때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는 지적이다. 올 3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SK C&C 지분율은 6.89%, SK 지분율은 7.19%다. SK 지분율이 약간 높은 편이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측이 SK주주로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는 따라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이다. 국민연금이 자산가치와 성장성이 높은 국내 대기업 주식에 5% 이상 투자하고 있는 것도 보다 안정적인 장기 운용수익을 바라기 때문인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연 지금의 기금운용방식을 계속 끌고가도 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 489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19%를 국내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020년까지 운용수익제고를 위해 주식운용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법적으로 아무런 흠이 없는 합병안에 반대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특히 대주주의 경영판단에 중립을 지켜야할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합병 반대 입장의 근거가 불명확하다. SK주주가치 훼손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SK C&C 주주입장도 대변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연금 결정에 당혹해하는 SK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이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SK는 대주주 우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데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찬성표를 다수 확보해 합병안의 주총 통과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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