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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소액주주 방패 삼아 한국 법체계 무시하는 엘리엇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행보가 가관(可觀)이다. 법치국가인한국에서 제멋대로 실정법을 해석하고, 곡해하는 것도 문제이려거니와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 한숨이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달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양사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했다. 이어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삼성을 상대로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앨리엇

최근에는 법적 근거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합병비율(1대 0.35)을 자산 기준으로 재산정하라는 요구마저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이 ‘금융지주사법’과 ‘독과점 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소액주주 가치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삼성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펼쳤다.

문제는 이러한 엘리엇의 주장과 행보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성립된 국내 법 체계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엘리엇이 합병비율 재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산 가치는 합병비율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자산가치는 이를 평가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대주주나 경영인에의해 왜곡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전제로, 주가를 기업가치의 척도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법원은 ‘인위적 조작이나 천재지변 등 외부변수 없이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는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사법적 판단을 오래전부터 내려왔다. 엘리엇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결국 엘리엇은 한국의 법을 인정할 수 없으니 법을 어겨서라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도록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물산의 로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금융지주사법을 위반한다”는 엘리엇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다.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회사의 지분 총가치가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19.34%(지분 가치 3조7411억원)로 제일모직 자산총액(8조1833억원)의 약 46%이고, 이 비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10%대로 더욱 낮아진다. “두 회사의 합병이 금융지주사법의 제약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독과점 금지법 위반에 대한 우려 역시 사실과 다른 주장임이 드러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심사결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1항의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서울 강남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전경.


엘리엇이 주장한 법적 차원의 모든 문제 제기는 결과적으로 모두 근거가 미흡한 주장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엘리엇은 국내 한 회계법인(EY한영)의 보고서를 변조 또는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삼성에 대한 ‘말의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엘리엇이 부르짖는 소액주주 가치제고도 법의 논리를 잃어버린 마당에서야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이미 사업 시너지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까지 6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합병회사의 미래를 보는 국내 주요 투자사의 시선 역시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가치에도 유리하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오는 7월 1일로 예정된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소송전(주총금지 가처분)에서 사법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못 기대된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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