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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국회를 적으로 돌려세운 朴대통령, 대안은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가 국회의장의 중재에 따라 개정안 문구를 수정하며 논란이 됐던 강제성을 완화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당초의 원칙을 고수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국에 몰고올 파장을 우려해 유연한 대응(법안 공포 뒤 헌법재판소 위헌 청구)을 촉구했지만 거부권은 결국 강행되고 말았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권한이므로 시비를 걸 게 없다. 국회는 재의 절차를 밟고 가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후유증을 최소화해야할 박 대통령이 오히려 야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과 큰 싸움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작심발언은 입법ㆍ행정, 당ㆍ청, 여ㆍ야 관계를 뒤흔들 쓰나미급 태풍을 몰고 올 내용들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상관도 없는 법안을 연계하는 빅딜과 ‘끼워팔기’ 행태를 비난한 것은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서비스산업활성화법안 등 경제ㆍ민생 입법이 3년째 겉돌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참 더 나아가 여야 정치인과 국회를 전면 부인하는 적대적 언어들이 쏟아졌다. 여야 가릴 것이 ‘당선된 뒤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폄하했다. 집안 사람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선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 논리에 정치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정을 논하는 국무회의에서 특정인, 그것도 여당 원내 사령탑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금도를 넘은 것이다. 삼권분립을 중시한다는 대통령이 국회의 권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박 대통령의 작심발언이 어떤 정치적 승부수를 겨냥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시기적으로도 대단히 부적절하다. 지금은 비상 시국이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경제는 2%대 저성장의 나락으로 추락할 판이다. 대통령이 민관과 기업, 정치권의 합심을 호소해도 모자랄 판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도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이런 충격 요법으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로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로 떨어진 박 대통령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당장 야당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 돌입해 경기부양의 마중물 이라는 추경은 논의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은 국회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오바마는 야당이 과반인 의회의 철저한 견제 속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섰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관철시켰다. 때로는 야당 인사를 직접 설득하고 때로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까지 감수했으며, 마침내 연방대법원 합법 결정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경제활성화법안 통과와 4대 개혁이 간절할수록 국회와의 소통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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