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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만 되면 뭐든지…”속속 드러나는 엘리엇의 실체
“자연재해·경제혼란 돈벌이 악용”…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폭로
“佛 통신장비업체 대상 알박기”…해외언론 ‘벌처펀드’ 보도 잇따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벌처펀드’(Vulture Fundㆍ수익을 위해 공격적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투기자본)란 국내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뒤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소액주주와 해외 헤지펀드들을 상대로 세 결집에 나선 엘리엇 측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눈길이 모아진다.

▶“엘리엇은 자연재해, 정치적 암살, 경제적 혼란을 이용한다”=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는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의 투자방식에 대해 “경제적 계산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팰러스트 기자는 싱어 회장의 행적을 9년간 취재 하는 등 헤지펀드의 전횡과 에너지 재벌의 환경파괴를 주로 취재했던 탐사보도 전문기자이다.

팰러스트 기자에 따르면 싱어 회장은 2000년 액면가 2000만 달러어치의 페루 국채를 1140만 달러에 사들인 뒤 액면가와 이자를 합쳐 5800만 달러의 지급 소송을 냈으며 페루 정부가 돈을 내지 않자 일본으로 도피하려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전용기를 압류해 원하던 금액을 모두 받아냈다. 또 2001년엔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국채 13억3000만 달러어치를 48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액면가 100%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이자 등을 합쳐 16억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특히 2008년 도산위기에 빠진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델파이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1조원 가량을 챙겼으며, 그 여파로 일자리 3만5000개가 사라졌다고 팰러스트 기자는 증언했다. 팰러스트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제적 논리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닐 것”이라면서 “(고용 등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한국식 경영 관행을 깨트린다면 새로운 주주가치가 생긴다고 믿고 있다. 자신들이 개입해서 삼성측에서 어떻게든 ‘특별한 보상’을 내놓도록 만들고 싶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주식 매집을 통한 합병 반대도 장기적으로 갈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엘리엇 알박기 했다”=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9일 엘리엇이 노키아가 인수키로 한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루슨트의 지분을 최근 사들이며 다시 한번 국제적 ‘알박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노키아는 지난 4월 약 156억 유로에 알카델루슨트를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FT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주식스왑 거래를 통해 알카텔루슨트의 지분 약 1.3%를 확보했다고 프랑스 규제 당국에 공시했다.

주식 스왑거래는 파생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실제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서도 경제적인 이권을 취할 수 있다. 엘리엇의 이번 공시는 2개월 전 알카텔루슨트의 2대 주주인 영국계 헤지펀드 오데이애셋메니저먼트가 노키아가 제시한 인수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엘리엇은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지만, FT는 “(엘리엇이)과거 여러 회사의 인수합병(M&A) 과정에 끼어들어 인수자에게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했던 전력이 있다”며 엘리엇의 차익 실현 행보에 무게를 뒀다.

다만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의 M&A가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 M&A 이후에도 알카텔루슨트의 사업장을 프랑스 국내에 유지하는 조건으로 현지 정부 역시 노키아의 알카텔루슨트 인수를 지지하고 있을뿐더러, 이미 미국의 규제 당국 역시 둘 사이의 M&A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오는 8월에는 유럽의 반독점 당국도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의 M&A를 허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알카텔루슨트 주주 의결권 50%의 동의만 있으면 인수 계획이 승인되며, 노키아 주주들은 거래의 승인 여부에 대해서만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FT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어 “엘리엇이 노키아에 팔리는 알카텔루슨트의 주가 올리기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이미 2년 전 보다폰이 카벨도이칠란트를 헐값에 인수하며 벌어진 분쟁에서도 수익을 얻고자 끈질기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당시 엘리엇은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이 독일 케이블업체 카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주장하며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윤재섭 ㆍ이슬기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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