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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말의 무게감 느낄 수 없는 박 대통령의 ‘국정속도전’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을,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돈은 돈대로, 재정은 재정대로 들어가면서 효과는 못내기 때문에 결국 빚더미에 앉는 결과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소비, 투자 등 경제의 정상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사회 전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전방위 국정속도전’을 애써 강조했지만 이 말에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국정 속도전의 첨병이 돼야 할 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 친박ㆍ비박 간에 한쪽이 항복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기부양의 마중물인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적기에 투입돼야 한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어 추경 논의 조차 원천 차단된 상황이다.메르스와 가뭄, 그리스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우외환의 난맥상을 맞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어이없는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6ㆍ25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및 유 원내대표를 향한 작심발언으로 이같은 정치권 후폭풍이 올 것이란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을 향한 ‘6ㆍ25 거사’로 정부와 국회, 친박과 비박,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첨예화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일을 저질러놓고 이제와서 전방위 국정속도전을 독려하고 있으니 그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사주로 친박이 실행에 나선 ‘유승민 찍어내기’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퇴진 요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이 58.5%로 ‘공감한다’(32.9%) 보다 배 가까이 나온 한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말해준다. 당ㆍ청 관계를 수직적 상하관계로 보는 구시대적 리더의 모습에 부정적 여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유 원내대표의 죄목으로 삼은 ‘자신의 정치’만 해도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 대통령은 그렇게 몰아 갈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2010년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발의했을 때 국회에서 법안의 부결을 주도한 당사자가 박 대통령 아니던가. 국회법 개정안 사태는 이에 비하면 작은 사고일 것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은 이미 머리를 숙인 유 원내대표를 압박할 것 아니라 의총 결의에 따르는 당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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