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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의 시험대 오른 치프라스 총리, 취임 반 년 일장춘몽으로 끝나나…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올해 나이 만 40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6개월 더 늦게 태어난 마테오 렌치(40) 이탈리아 총리만 아니었으면 현 유럽 총리들 가운데 최연소 총리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리스 150년 역사상 최연소 총리긴 하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월 그리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취임했다. 이후 기세등등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지만 독일을 위시한 유로존 각국,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과 맞서 싸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국론은 모두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상환, 구제금융 지원, 연금삭감을 비롯한 채권단의 경제개혁 요구로 집중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소모하고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상황에 이르러서야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자신이 들고갔던 공을 이제 국민들에게 넘겼다.

5일(현지시간)은 치프라스 총리와 집권 좌파 시리자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날이다. 지난달 30일 IMF에 갚아야 할 15억유로 채무상환 시한을 넘기면서 이미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한 그리스는 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요구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협상을 다시 진행해야 할 판이다.

국민투표는 채권단의 안을 수용하든 이에 반대해 유로존을 탈퇴하든 명목상으로는 민의(民意)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벼랑 아래로 떨어질 지 다시 한 발 내딛을지는 국민의 선택이다. 결정의 몫은 국민에게 돌아갔다. 자신이 지던 짐을 덜겠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거는 권력의 시험대다. 패배는 정권에 대한 불신임이다.

그동안 협상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여당인 시리자당의 강력한 연금개혁 반대 요구와 채권단 사이에서 항상 극단적인 여당쪽 입장을 고수해야만 했다. 때문에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안에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올 경우 총리직도 과감히 버릴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최근 현지 ER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고집하는 그런 총리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마지막에 가까운 선택을 한 것이지만 채권단이 시리자당을 만만히 봐서도 안된다는 내부 여론도 있다. 그리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불리한 협상을 중단하는 것은 그에게 선택지가 아니었다”며 “협상 당시 한 가지 문제는 (채권단측)협상단이 그의 의중을 잘못 읽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치프라스)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치프라스가 권력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치프라스 총리 역시 이번 국민투표가 협상단과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어쨌든 6개월 간 이어진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은 ‘실패’로 평가된다. 그리스 정치평론가인 닉 말쿠치스는 NYT에 “이 모든 것이 정말 비극”이라며 “거대하고 집단적인 실패”라고 말했다.

내각 총사퇴까지 불사하겠다는 지금의 현실은 당선 당시 준수한 용모에 젊고 건강한 이미지로 대중앞에 나서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가 권력에 머무를 수 있을지 반년 만에 사퇴 수순을 밟고 채권단에 굴복할지는 국민들의 뜻에 달려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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