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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대륙부호 만한전석⑨ ‘자수성가 천국’의 민낯…청년 ‘흙수저’는 없다?
- 중국, 자수성가 부자 많지만 30대 이하 청년층은 매우 적은 편
- 젊은 자수성가 억만장자 등은 초(超)고스펙 자랑…사실상 모두 ‘금수저’
- 취업난 등 어쩔 수 없이 창업 내몰리지만 성공률 매우 낮아…자수성가 부호 맥 끊길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최근 중국엔 별명이 하나 붙었습니다. ‘자수성가의 천국’입니다. 돈 많은 부모를 둔 건 아니지만, 최근 10∼20년간 스스로 업(業)을 일으켜 큰 부자가 된 사람이 그만큼 많단 뜻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대륙부호는 미래에도 혈연ㆍ지연ㆍ학연 등 어떤 도움도 없이 자신의 능력과 행운에만 의지해 성공하는 ‘흙수저(보잘것 없는 밥을 먹고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부호에 비유)’들이 주류를 이룰까요.

답은 ‘지금까진 그랬지만 향후 중국서 탄생할 흙수저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도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지카이팅 룽광부동산 창업주 딸.

왜냐고요. 30대 이하 청년 부자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우선 자산 10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젊은 부호 중 자수성가는 많지 않습니다.

또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려 부자클럽 진입을 앞둔 청년 창업가 대부분도 ‘고(高)스펙’ 보유자입니다. 맨몸으로 일어선 것처럼 보여도 풍부한 ‘학력자본’과 인맥을 갖췄습니다. 사실상 ‘금수저’인 셈입니다.

중국 청년세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뜯어봤습니다. 그 이면의 짙은 그림자에 숨은 대다수 젊은이의 실상도 같이 조명했습니다.

저우야후이 쿤룬 회장

▶ 30대 억만장자, 흙수저는 없다=포브스와 후룬(胡潤)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순자산 10억달러(62억위안ㆍ한화 1조1160억원)를 초과 보유한 인물 중 중국 본토 출신으로 확인된 30대 억만장자는 총 6명입니다. 이 가운데 자수성가로 분류된 이는 4명입니다. 40대(68명)ㆍ50대(93명)에 비해 크게 적습니다.

큰 부호가 되기엔 아직 젊은 나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4명이란 숫자는 같은 연령대 미국 자수성가 억만장자(14명)에도 못 미칩니다. 젊은 신흥 기업가를 배출할 동력이 약해졌단 의미로 해석됩니다.

게다가 4명 모두 상당한 고학력입니다. 적어도 ‘흙수저’는 아닐 공산이 크단 뜻입니다. 


우선 웹게임 등으로 성공한 저우야후이(周亞煇ㆍ38) 쿤룬 회장부터 볼까요. 30일 현재 그의 자산은 38억달러로 30대 자수성가 부호 중 가장 많습니다.

저우 회장의 최종 학력은 칭화(淸華)대 대학원 석사입니다. 칭화대는 중국 대학평가전문기관 ‘아이뤼선(艾瑞深)연구소(이하 CUAA)’가 올해 집계한 전국 2위 대학입니다.

그는 7년 전 ‘삼국풍운(三國風雲)’을 시작으로 온라인ㆍ소셜 게임 서비스 등 분야에서 사업을 키웠습니다. 올 1월엔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에 회사를 상장해 시가총액이 100억위안까지 뛰었습니다.

이런 사업 성과는 그의 학력과 연계돼 빛을 발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그를 소개하는 자료 대부분엔 ‘칭화대 대학원 출신’란 문구가 들어갑니다. 대학원생 시절 창업에 손을 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우 회장 자신도 칭화대 출신이란 자부심이 지난 몇 차례 실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습니다.
 
천어우 쥐메이요우핀 창업자

고학력 청년 억만장자 대열에 천어우(陳歐ㆍ32)가 빠질 수 없죠. 그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쥐메이요우핀(聚美尤品)으로 떼돈을 벌었습니다. 현재 그의 순자산은 11억4000만달러입니다.

천어우는 16세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명문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난양과기대에 진학합니다.

이후 그는 2007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갑니다. 천어우가 미국행을 택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지난해 5월 중국기업가망(中國企業家網)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돈 빌릴 곳이 없단 점이었다. 그런데 창업자가 스탠퍼드ㆍ하버드 MBA 출신이면 투자 받기가 비교적 쉽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좋은 사업아이템을 만들어놨는데 자금 조달을 못 받는 이유가 명문대 MBA를 따지 못한 것이었다”

그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졸업장을 고집했던 건 순탄한 창업을 위해서였습니다. 사회가 보는 ‘학력자본’의 평판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실제 천어우는 스탠퍼드대 졸업 후 귀국해 엔젤투자자를 만납니다.

교육사업으로 성공한 장방신(張邦鑫ㆍ35) 하오웨이라이(好未來) 창업주도 고학력이 ‘돈줄’로 변신한 사례인데요. 그는 2001년 쓰촨(四川)대학을 졸업하고 1년 후 중국 1위대학(CUAA 기준)인 베이징대 연구생이 됩니다. 이때 그가 했던 학생과외 등은 뒷날 하오웨이라이 창업의 계기가 됩니다. 작년 기준 그의 자산은 10억달러 정도 입니다.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부동산 대기업 딸

30대 상속부자 또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 창업주의 딸 양후이옌(楊惠姸ㆍ34)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의 순자산은 57억달러입니다.
 
▶ 내일의 억만장자? 고(高)스펙은 필수=기업가치가 크게 올라 억만장자클럽 입성을 앞둔 청년부호도 대부분 고학력 소지자인데요. 이는 일찍부터 그들이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왕쥔위(王俊煜ㆍ30) 위안페이스쉰(元培時訊) 창업자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2003년도 대학입시(高考ㆍ가오카오)에서 광둥성 1등을 차지한 수재였습니다. 당시 현지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였죠. 베이징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2007년 베이징대 위안페이학원을 졸업하는데요. 일종의 영재전문대학원입니다. 

왕쥔위 위안페이스쉰 창업자

왕 창업주는 졸업 후 구글에서 잠시 일하다 2010년 초 모바일검색프로그램 완도우자(豌豆莢)를 개발합니다. 이는 현재 중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1순위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올 1월 현재 4억2000만건이 다운로드됐다고 하네요. 2014년 1월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억2000만달러를 투자받습니다. 현재 기업가치는 10억달러에 달합니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으어러머(餓了麽ㆍ중국어 ‘배고프냐(餓了嗎)’를 변형한 일종의 유행어) 창업자 장쉬하오(張旭豪ㆍ30) 또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데요. 그는 상하이 자오통(交通)대 출신입니다. 이곳은 CUAA 기준 중국 7위입니다. 
장쉬하오 으어러머 창업자


장 창업주는 2008년 4월 자오통대 대학원 연구생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과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인 으어러머를 창업합니다. 2009년엔 스마트폰 앱으로도 주문이 가능해졌습니다.

회사도 승승장구하는데요. 지난해 5월 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11월엔 텐센트로부터 3억5000만달러를 조달합니다. 현재 으어러머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를 넘겼습니다.

젊은 상속부자들도 높은 학력은 필수사항입니다. 20대 상속녀인 지카이팅(紀凱婷ㆍ25ㆍ맨위사진)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선전(深玔)시 소재 대형건설사 룽광(龍光)부동산 창업주의 딸입니다. 현재 자산이 가장 많은 쥬링허우(90後ㆍ1990년 이후 출생세대) 상속녀 중 하나로, 지난해 9월 현재 12억8000만달러를 갖고 있습니다. 지카이팅은 영국 런던대에서 경제학과 금융학을 전공한 뒤 아버지 회사의 비상근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자수성가 천국’의 민낯…헐벗은 청년들=창업으로 큰 돈을 벌거나, 일부 상속부자로 자리매김한 중국 청년 대부분은 이렇듯 초(超)고학력을 갖춘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세계에서 자수성가 부자가 가장 많다고 자부하는 곳이지만, 바닥에서부터 자수성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국 보통청년들은 자괴감을 느낄 시간도 모자란 듯합니다. 최근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중관춘 창업거리 중심지인 처쿠(車庫ㆍ차고)카페를 지난달 직접 방문한 베이징시보(北京時報)는 한 창업 준비생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합니다. “창업 성공여부는 투자 유치죠. 작년엔 80개 정도 아이템 중에 1개만 투자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아이템 50개 정도가 나왔는데 투자 받은 건 1개뿐이예요” 그렇게 돈을 조달해도 성공률은 매우 낮다고 그는 털어놨습니다.

젊은이들이 창업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취업시장에 나올 대졸청년은 올해만 750만명에 육박합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연일 보도합니다. 


어렵게 취업해도 대졸자 평균 초봉은 월 2440위안(44만원ㆍ베이징대 저널리즘스쿨 부설 시장미디어연구소 집계)에 불과합니다. 취업에 도움 안 되는 대학진학을 단념한 중국판 ‘수포자(수능 또는 대학입시 포기자)’는 2009년 집계 이래 총 530여만명에 달합니다.

중국엔 이렇듯 ‘헐벗은’ 젊은이가 대도시 인구만큼이나 많습니다. 극소수 청년 슈퍼리치의 강렬한 아우라와 이면의 그림자가 공존하는 셈입니다. 대륙의 미래엔 ‘흙수저’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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