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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 고비 넘긴 삼성, 투기자본과 싸움서 완승하려면
삼성이 한 고비를 넘겼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금지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임시주총(17일)에서 진행될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면 1차전은 삼성의 압승이다. 엘리엇이 제기한 네 가지 핵심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선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 “총수 일가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엘리엇 지적도 “주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삼성전자 등 보유자산에 비해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견해에는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를 형성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1차전을 이기긴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KCC에 매각한 자사주(5.76%)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법원이 일단 유보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의결권자문기구 ISS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견도 큰 변수다. 자사주 의결권에 대한 과거 법원 판례는 엇갈린다. 2003년 소버린과 SK의 분쟁 당시 법원은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인정했다. 그러나 2005년 대림통상 1, 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때는 반대로 나왔다. 금융당국과 법원은 삼성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잘 살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에 활짝 열려 있다. 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맞설 경영권 방어장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차제에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차등의결권제, 포이즌필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삼성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의 해악을 알면서도 소액주주들과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엘리엇 편에 선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의 마음을 돌려보려 배당성향 30% 상향, 주주권익위 설치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탐욕스런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빈 틈을 보여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가 그룹 지배구조 투명화와 미래 비전을 튼실히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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