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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그리스]엔저 이어 설상가상... 자동차 유럽 수출 ‘살얼음 판’
[헤럴드경제=재계팀]그리스 국민이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에 반대했다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대 유럽 수출 불안을 야기해 가뜩이나 저조한 올해 수출에 더 큰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현대ㆍ기아차는 그리스발 재정 불안으로 유럽 전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이번 사태로 인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시장이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되면 현대ㆍ기아차의 유럽 판매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5월 대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115만2000대, 1~5월 판매는 6.7% 증가한 600만대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회복세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것이다. 특히 남유럽 및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 야적장.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환율로 한 차례 고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는 자동차 수출에 분명한 악재”라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 SUV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신형 투싼과 신형 스포티지 등 SUV 중심으로 신차를 출시해 유럽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유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에 더해 그렉시트 우려감으로 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올해는 유가가 1 배럴당 60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배럴당 100달러대를 기록하던 지난해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동폭이 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던 국면이라서 당장 대 유럽 원유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유가 회복세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유럽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상황이었는데,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럽 경기가 다시 한순간에 가라앉을 수 있어 우려한다”며 “유럽경기가 가라앉으면 우선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 영향을 받고, 곧바로 두바이유로 연결돼 재고손실과 정제마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다만, 이번 사태가 중동정정불안과 같은 요인들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유가에 어느정도 반영됐다는 점에서 유가 등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는 그리스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악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항공회사 관계자는 “지난 1~4월 공동운항을 이용해 그리스로 간 승객은 단 4명에 불과했다”며 “외국 항공사 중에도 그리스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다만 향후 그리스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 남유럽 관광객이 줄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휴대전화와 프리미엄 TV 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대 그리스 판매실적은 미미한 반면 대 유럽 수요가 증가추세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실적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럽 주요국 재정위기가 재부각될 경우 2009~2010년 유럽 경제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선업계는 그리스 사태로 인해 올들어 가장 크고, 직접적인 악영향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대 그리스 선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5%나 감소한 것. 신규 선박의 발주자인 대형 해운업체가 몰려 있는 그리스에서 금융경색으로 돈줄이 묶이면서 발주가 줄어든 때문이다.

한편 그리스는 교역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0.1%에 불과해 수출이나 국내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그리스에서 촉발된 위기가 주변국들로 파급될 경우 유럽 경기침체로 이어져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 사태가 디폴트에 이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그렉시트(Grexit)로 이어질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유럽연합(EU) 수출액이 7.3% 포인트 추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 상반기 대 EU 수출액은 이미 14.7% 감소한 상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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