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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별 것 아닌 1조원, 대단한 가치가진 공중파 UHD?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2015년 6월22일 국회 한 골방의 풍경이다. “미래부가 불과 1조 여원에 달하는 매각대금에 집착해 불공정한 방송정책을 해 가려는 것에 유감스럽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

“일부 매체들의 국회 비난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주파수소위를 하면 할 수록 느껴지는게, 공공성과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회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됐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

“통신서비스가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장비 국산화율이 10%대에 있다는게 얼마나 문제입니까? 그래서 700㎒ UHD 방송은 먼저 선도해 우리가 기술개발도 선도하고 표준도 선도하고 해서 진정한 방송장비의 강국을 만들어 보자”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

정부 재난망, 그리고 광대역 LTE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700㎒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을 뒤집은 국회의원들의 말의 향연은 화려했다. 올해 안에 새로 들어올 수 있는 1조원이란 돈은 별 것 아니고,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알 수도 없는 방송사들의 수익 창출은 대단하며, 또 세계적인 표준 추세에 어긋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세계 장비 시장을 이끌자는 주장이 난무한다.

힘들게 고생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아버지 세대들이 쌓은 400조원이 넘는 돈을 2060년까지 다 털어먹고, 그것도 모자라 2030 젊은이들에게 몇십조를 더 거둬, 자신들이 죽을 때까지 다 쓰고 가겠다는 국민연금 개악안을 ‘개혁’이라고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1조원은 별 것 아닐 수 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방송사 카메라에 한 번 더 나오는게, 그래서 또 다시 4년동안 월 1000만원씩 받는 ‘황금 뱃지’를 다는게 현실적으로 더 급한 일이기에, 가급적 방송사를 돕고자 노력하는 모습 역시 이해도 가고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주장을 하고, 또 그 주장에 가져올 수 있는 수조원 가치의 파장까지 고려한다면, 최소한 말의 앞뒤 논리는 맞아야 한다.

글로벌 표준에 어긋나는 결정을 해놓고, 이 결정으로 세계적인 표준을 주도하자는 심 의원의 말, 공공성과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상업CF를 마구마구 틀고 시청자들 눈에 크게 거슬리는 PPL이나 중간광고까지 당당하게 하는 민영방송과 정체불명의 ‘반민반관’ 방송사에게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실상 무상으로 줘야 한다는 최 의원의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찌됐던 700㎒의 사용처 전쟁은 끝났다. 1조원 정도를 낸 1개 통신사가 서비스 할 수 있는 통신용 대역도, 또 5개 지상파가 UHD를 송출할 수 있는 주파수도 마련됐다. 방송사도, 통신사들도, 국회의원들도, 정부도 ‘윈윈’ 했다고 자평할 만하다.

하지만 UHD라는 새로운 핑계거리를 확보한 방송사가 앞으로 펼칠 더 강해진 수신료 인상 주장, 외주 업체 스탭은 열정페이를 받아도, 보직 없는 간부는 억대 연봉을 받아야만 하는 지상파들의 모바일 시청료 인상안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은 마케팅 기밀을 까발려서라도 무조건 낮춰야 하고, 이통사들의 통신료도 무조건 낮춰야 하지만, 방송사들의 온갖 요금 인상안은 애써 외면하는, 심지어 뒤에서 돕는 국회의원들의 통신다르고 방송 다른 행보에 소비자들은 더 얇아질 지갑이나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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