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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래프트 하인즈 합병 불구 레시피 수정 골머리
[코리아헤럴드=정주원 기자]크래프트 사와 하인즈 사가 지난달 25일 공식 합병함에 따라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큰 공룡기업인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워렌 버핏과 더불어 하인즈 사의 양대 대주주인 3G 캐피탈이 크래프트 하인즈의 제로베이스 버짓을 선언한 이상, 크래프트 사의 가공식품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구조조정 등 후속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푸드다이브가 최근 보도했다.

크래프트 사와 하인즈 사의 합병이 공식 발표된 것은 3월이지만, 크래프트 주주들이 합병안을 가결시킨 것은 3개월 후인 6월25일이다. 미국의 투자 대부인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에 불과 일주일 앞선 6월18일 하인즈 사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크래프트 사는 크래프트 하인즈 사의 지분 49%를 가져갔다.

캐나다의 버지니아 커몬웰스 대학의 브랜딩 전문가인 켈리 오키프 교수와는 푸드다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 대대적인 레시피 전환을 강행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로부터 오는 이점도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는 이미 가공식품에서 최소가공 자연식품으로 옮겨가고 있어,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 기존의 ‘박스가공푸드’ 색채가 강한 레시피를 바꿔 건강식품 이미지를 강화시키지 않으면 공룡기업의 강점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출처=크래프트 홈페이지]

오키프 교수는 “크래프트의 맥 앤 치즈가 합병 직후 곧바로 퇴출되지는 않겠지만, 웰빙 대체제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래프트의 ‘마카로니 앤 치즈’는 끓는 물에 익힌 인스턴트 마카로니에 치즈 스프와 우유, 마가린을 넣는 초간편 조리법으로 한국인의 라면처럼 간편식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이 갈수록 유기농 마카로니에 천연 버터, 유지방 우유를 넣어 직접 부엌에서 요리해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크래프트의 마카로니 앤 치즈는 ‘몸에 나쁜 음식(junk food)’으로 점차 외면받을 것이라는 논리다. 혹은 제네럴 밀스 같은 대형 경쟁사가 더 건강한 레시피로 변신하기 위해 애니스(Annie’s) 등 소형 로컬 웰빙 브랜드를 인수한 것처럼, 대기업간의 경쟁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을 우려한 크래프트 사는 최근 마카로니 앤 치즈의 레시피를 일부 변경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과감한 브랜드 정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오키프 교수는 워렌 버핏이 하인즈의 대주주가 됐다고 해서 크래프트 하인즈 사의 경영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렌 버핏의 자금과 영향력이라면 굳이 크래프트 하인즈가 성장하지 못해도 손실을 보기 전에 신속히 자금을 회수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또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 일부 브랜드를 몬델레즈, 유니레버 등 대형 식품사에 정리 매각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바뀐다고 해서 하향선을 타기 시작한 가공푸드 레시피의 매출이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 트렌드 변화가 워낙 확고해 과거의 레시피로 현재의 소비자를 잡기 어렵다는 논리다.

오키프 교수가 꼽은 정리매각 혹은 분리 후보 브랜드들은 하인즈 사의 스타키스트 (Starkist), 웨이트 워쳐스 (Weight Watchers), TGI Fridays, 와일러즈 (Wyler’s) 및 크래프트 사의 오스카 메이어 (Oscar Mayer) 등이다.

그는 “향후 12-18개월 안에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브랜드 몇몇을 정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푸드다이브는 애널리스트 데이브 노보셀의 분석을 인용해 크래프트-하인츠의 올해 수익은 본전치기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래프트 사와 하인즈 사 모두 작년 수익 감소를 기록한데다, 박스포장 가공식품 산업이 이미 뒤집을 수 없는 하향세를 탔다는 것이다.

또 회사채 전문 리서치펌인 김미 크레딧(Gimme Credit)은 크래프트 하인즈 사가 안고 출발한 부채가 약 3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푸드다이브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크래프트 사와 하인즈 사 양측 모두 비슷한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확한 구조조정의 시기와 인원은 미정이나, 크래프트 사의 존 카힐 최고경영자(CEO)가 2년 후 사임을 앞두고 있어 크래프트의 구조조정 교섭에 적극적인 완화장치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크래프트 매각 후 1990만 달러의 골든 패러슈트(임원이 퇴직 시 지급받은 퇴직금과 스톡옵션 등)이 얼마든지 가감될 수 있어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joowon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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