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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증시發, ‘퍼펙트 스톰’불까...폭락 계속되며 전세계 경제 요동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중국 증시 폭락이 글로벌 위기를 촉발할 ‘퍼펙트 스톰’이 될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경제가 이번 증시 폭락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 여파가 실물경제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까지 미칠 가능성이다. 실제 중국 증시 폭락사태가 한 달여가 지나도 진정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그리스 사태보다 더욱 심각하다. 아울러 그리스는 물론 푸에르토리코와 중남미, 아시아 국가들도 경제난을 겪고 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대위기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의 잇딴 증시부양 대책에도 불구하고 9일 본토와 홍콩 증시는 또다시 일제히 하락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나서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는 모양세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 하락의 소용돌이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그리스보다 더 큰 문제’라고 각각 평가했다. 두 신문은 이번 문제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치했다.

중국 정부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고도성장에서 내수 진작 및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점진적인 산업구조조정으로 ‘느리지만 건강한 경제 성장’을 추구해왔다. 시진핑(習近平)·리커창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 정책이다.

성장률 조정을 계속하며 금융·서비스업 부문의 개방속도를 높이고 국유기업 개혁, 지방정부 재정·조세 개혁, 금융개혁에 나선 것도 신창타이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번 증시 폭락이 중국 지도부의 이런 정책구도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잇따른 시장조치로 금융개혁은 빛을 잃었고, 지방정부 개혁도 다수의 국영기업이 증시 폭락의 철퇴를 맞으면서 효과보다 부작용만 더 커지게 됐다.

WSJ은 “이번 증시 폭락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면서 ”중국 국민들은 그 동안 ‘정부가 하면 된다’는 믿음을 가져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이 훼손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의 위축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아직 중국 전체 가구 대비 투자인구 비중이 높지 않아 증시의 자산효과(증시상승이 실질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고급자동차 시장의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증시 폭락으로 성장률이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차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 아무래도 소비에는 부정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면 기업실적에도 부정적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증시 폭락의 영향이 중국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장은 중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나아가 금융과 실물부문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런던 소재 로버트 W. 베어드 앤드 코의 미국 주식 책임자 로스 야로는 블룸버그에 “중국 증시 가치가 거의 매일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몇 배 이상씩 사라진다”면서 “중국이 글로벌 펀더멘털에 심각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9일 중국 증시 폭락이 초래할 글로벌 경제의 연쇄반응 가능성을 지적했다.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러시아와 남미경제의 부진, 중국에 상품을 수출해 온 제조업 국가들의 타격 등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외국인 이탈로 신흥국 통화와 채권가치가 급락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이른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글로벌 대위기’다.

그런데 이같은 연쇄반응은 이미 시작되는 모습이다. 그리스 사태까지 겹쳐 각 경제권과 시장의 완충장치는 이미 크게 닳아버려 반응의 강도가 상당하다.

1차 충격이 닿은 곳은 금융시장이다. 중국과 관련된 증시들은 모두 급락했고, 위안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중국 증시와 직접 연결된 홍콩,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최근 중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했던 미국 뉴욕증시 등이 모두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원자재 시장 역시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세계 2위 원유수입국이 비틀거리면서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4개월래 최저치까지 급락했고, 비철금속 등 일반 원자재 가격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와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은 경제권들의 금융시장도 일제히 곤두박질 쳤다. 심지어 러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미국의 경제제재와 내부 부패 등으로인한 내홍까지 겹친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신흥국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한달새(8일 기준) 중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6.8% 오르면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5개월래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저점대비 30% 가까운 급등이다. 그리스에다 중국부담까지 겹친 결과다.

필리핀(7.94%), 인도네시아(3.81%), 베트남(0.28%)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CDS 수치도 8일 중국 증시의 폭락 등의 영향을 받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도위험이 높아 외자조달시 금리를 더 얹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각국의 경제가 더 나빠지고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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