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군주제에서 귀족을 대체로 법적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영국의 귀족은 여전히 상원의원에 오를 수 있는 등 일부 공적 특전을 갖는다. 이들은 가장 든든한 왕실의 지지기반이다.

▶세습 귀족과 종신 귀족=영국의 세습귀족(Lord)은 공작 (Duke), 후작 (Marquess), 백작 (Earl), 자작 (Viscount), 남작 (Baron)의 다섯 단계다. 공작의 칭호는 왕의 배우자나 왕의 가까운 혈족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부군은 에딘버러공(The Duke of Edinburgh)이라 불린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호칭은 케임브리지 공작과 공작부인(The duke and Duchess of Cambridge)이다.

하지만 1965년 이후 비(非)왕족 출신에 대한 세급귀족 작위수여는 3건에 불과하다. 현재 영국의 세습귀족 가문은 약 900개다. 성립시기에 따라 잉글랜드 귀족, 스코틀랜드 귀족, 아일랜드 귀족, 그레이트브리튼 귀족, 연합왕국 귀족으로 구분된다.

스스로 이룬 업적으로 당대 동안 귀족의 지위를 갖는 종신귀족들도 있다. 이들은 준남작(Baronet), 기사(Knight) 등의 작위를 부여받는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와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으로 열연했던 크리스토퍼 리,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전쟁 성폭력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안젤리나 졸리도 여성 작위인 데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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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만의 세계, 영국 상원=선출직으로 구성된 영국 하원과 다르게 상원은 성직 귀족, 법률 귀족, 세습 귀족, 종신 귀족 등 귀족만이 구성원이 될 수 있으며 종신직이다. 현재 785명의 상원의원 중 672명이 종신귀족이지만 여전히 세습귀족도 87명에 달한다. 나머지는 켄터베리 대주교, 요크 대주교와 기타 주교 등 26명의 성직귀족이다.

조세와 재정 지출 관계 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률안은 상하 양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물론 상원은 주로 법안을 수정하거나 입법을 지연하는 기능만 한다. 상원이 동의하지 않은 법안이라도 1년이 지나면 하원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헌법 대신 관습이 기준이 되는 영국의 법체계에서 상원은 보이지 않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군복무에 솔선수범=왕실과 귀족이 영국에서 특전을 누릴 수 있는 이유 가운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다. 특히 군복무를 자처해 위기 상황에서 최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의 용기는 상류층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도 2차 대전 중 19세의 나이로 수송장교로 복무했다.

영국은 징병제가 폐지된 국가지만 병역법에서 왕실이나 왕실에 속한 귀족들만큼은 장교의 신분으로 군복무를 의무화했다. 최근 왕위 계승 서열 5위의 해리 왕자도 10년간이나 군복무를 했다. 특히 영국의 왕자들은 후방이나 국내가 아닌 최전선에서 근무해왔다. 해리 왕자는 2007∼2008년과 2012∼2013년 두 차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다녀왔다. 삼촌 앤드류 왕자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다.

그래서 귀족학교로 전통이 깊은 이튼칼리지의 묘지는 귀족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튼칼리지 학생들은 전쟁이 나면 참전 뿐만 아니라 최전방에 자원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이 곳 묘지에는 그간 전쟁터에 나가 숨진 이튼 출신들의 묘비가 수백기나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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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명맥 이어가는 명문학교=상당수의 귀족가 자제들은 명문 학교를 거치면서 귀족으로서의 인성을 만들어 간다. 대표적인 곳이 이튼칼리지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도 이 학교에서 공부했다. 졸업생의 상당수가 옥스포드와 켐브리지 등 명문 대학으로 진학한다. 역대 영국 총리 19명이 거쳐간 학교로도 유명하다.

킹스컬리지스쿨, 웨스트민스터스쿨, 해로스쿨 등도 귀족 가문 자제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들 학교는 한 해 교육비만 수 천 만원에 달한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