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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왕실2-영국(하)> 정치개입 논란·역할 회의론…英왕실, 흔들리는 위상
정치행사 참여하되 개입금지 ‘불문율’…최근 브렉시트 반대 관련 의혹부터
늘어나는 왕실보조금 곱지않은 여론…엘리자베스 2세 사후 준비하는 英
왕위 계승 1순위는 찰스 왕세자…국민들 故다이애나 아들 윌리엄 원해


2015년 5월 27일.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영국 의회 개원(State Opening) 연설을 했다. 이른바 ‘Queen‘s Speech’다. 군림하되 통치하지는 않지만 귀족과 평민의 대표가 한데 모인 자리에서 영국 국왕은 “나의 정부는 ○○○을 할 것이다”라며 의회의 문을 연다.

물론 한 해 정부의 정책방향이 담기는 이날 연설문은 정부 여당에서 작성한다. 하지만 아직도 영국의 3대 권력은 군주, 귀족원, 평민원으로 구성됨을 상징한다.

▶왕실의 금기, 정치개입=국왕과 왕실이 정치 행사에 참여는 하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과거 영국은 국왕과 의회가 정치권력을 두고 수많은 피를 흘렸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찰스 왕세자가 2004~2005년에 총리, 산업부 등 7개 부처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군 장비, 환경, 학교 급식 등의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든 이 사실이 드러나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달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독일 방문 중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에 반대하는 듯한 연설을 해 구설에 올랐다.

63년의 엘리자베스2세 재위 기간이 영국 왕정을 안정시켰지만, 그녀 이후 영국 왕실이 유지될 지는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부의 양극화, 높은 실업률, 치솟는 부동산 가격, 보수당 정부의 복지예산 축소로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진 국민 여론은 왕실에 세금이 들어가는 사실 자체를 곱게 보지 않는다.

2012년 4월에 발효된 군주보조금법에 따라 왕실은 왕실소유 부동산 등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15%를 지원받는다. 왕실보조금은 회계연도 기준 △2012-13년 3100만파운드(527억원) △2013-14년에 3570만파운드(627억원) △2014-15년에 3790만파운드(666억원) △2015-16년에 4000만파운드(703억원) 등으로 매해 늘어왔다.

이때문에 보조금을 받는 왕족의 범위를 제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전 국왕인 조지 5세의 자녀, 즉 엘리자베스 2세의 사촌까지 아우르는 지급 범위를 엘리자베스2세 직계로 좁혀야한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사기간 유고브가 지난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찰스 왕세자의 동생들인 앤 공주, 앤드류 왕자, 에드워드 왕자와 그들의 자녀들(여왕의 손자들)에게도 보조금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계승 1순위인 찰스 왕세자 부부에 대한 지급 찬성(56%)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역시 다이애나의 피가 흐르는 윌리엄 왕세손 부부(59%) 보다는 낮았다.

왕실 보조금이 전체 공공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5%, 납세자 부담은 1인당 0.58파운드(1019원)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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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보이지 않는 힘, 고(故) 다이애나=왕위 계승 1순위는 찰스 왕세자다. 그런데 정말 인기가 없다.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다이애나와 이혼하고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과 재혼한 이력에다, 최근 국정개입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나이도 이미 칠순을 바라본다. 늙은 새 국왕의 등극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한 국왕은 그 어떤 역할도 하기 어렵다. ‘장수 왕가’임을 감안할 때 찰스 왕세자의 치세가 상당기간 유지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왕정 유지를 위해서는 찰스 왕세자를 건너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왕위를 계승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윌리엄 왕자는 다이애나의 아들이다. 윌리엄 왕세손의 자녀들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도 배경에는 ‘다이애나의 손주들’이라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군주가 생전에 먼저 퇴위를 하고, 차기 왕을 지정한 전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찰스 왕세자가 왕위계승을 포기하는 형식으로 윌리엄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2세의 부왕인 조지6세는 형 에드워드 8세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문제로 퇴위하면서 왕위에 오른 사례도 있다.

영국의 차기 국왕은 선왕 서거 후 제임스 궁에선 추밀 고문관, 귀족, 영연방의 고등판무관 등이 참석하는 ‘즉위위원회’에서 논의한다. 논의는 상당 시간 진행될 수 있다.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경우 조지 6세 서거 뒤 1년 뒤에야 전세계에 생중계 된 즉위식에서 왕관을 썼다.

왕위 계승 서열은 찰스(67) 왕세자, 윌리엄(33) 왕세손, 조지(2) 왕자, 샬럿 공주, 해리(31) 왕자, 앤드류 왕자 등 순서로 직계 장자가 우선이다. 아들이 없을 경우 딸이 승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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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서거 준비하는 영국=‘엘리자베스 여왕이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곧 성명 발표.’

지난 5월 영국 공영방송 BBC 기자의 트위터에 오른 글이다. 결국 오보로 밝혀졌지만, 영국이 89세의 고령인 여왕의 서거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주한 영국대사관도 “여왕의 서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준비 사항을 자세히 공개하지 못하지만 조지 6세 전 국왕의 서거 전례가 참조된다”고 했다.

영국 왕실은 현대에 들어서 조지 6세, 다이애나비,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 등의 장례를 치렀다.

국왕이 서거하면 2주 가량의 국가애도 기간을 갖는다. 관공서 건물에는 조기가 걸린다. 국장(國葬)일에는 관광지 뿐 아니라 증시가 휴장하고, 은행이 문을 닫고, 공장은 일손을 놓는다. 국왕의 시신은 사흘간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다. 장례미사는 캔터배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시신은 왕실 별장인 샌드링엄 또는 밸모럴에 안장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여왕 서거가 영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경제 타격을 12억~60억파운드(10조원)로 추산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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