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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오덕] 전천후 아웃도어 카메라, 올림푸스 TG-4 터프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여름 휴가철, 시원한 바닷가에서 추억을 남기려 스마트폰ㆍ카메라용 방수팩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100% 안심하기엔 뭔가 아쉽습니다. 행여나 물이 새어 들어가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생활방수 기능을 가진 IT기기도 마찬가지. 마음 놓고 물에 가지고 들어가기엔 부담스럽습니다. 결국 물 밖에서만 셔터를 누르게 되죠. 진정한 방수카메라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올림푸스 터프 시리즈는 방수ㆍ방진ㆍ충격흡수 등 아웃도어 카메라의 맥을 이어온 스테디셀러입니다. 물놀이 외에도 격렬한 레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축복받은 제품이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충실하게 시간을 멈출 수 있어 믿음직스럽습니다. 아무 고민 없이 휴대하고 쉽게 찍을 수 있다는 의미죠. 장소와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 ‘탱크’라는 별칭이 어울립니다. 
 
장소와 환경이 어디든 TG-4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자격을 갖췄습니다. 가격은 46만9000원. 대상과 활용 범위에 따라 가치는 더 높게 평가될 겁니다.

TG-4는 이전 모델인 TG-3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약간의 기능을 추가한 업그레이드 모델입니다. RAW 이미지 기록이 추가돼 전용 프로그램 ‘올림푸스 뷰어 3(OLYMPUS Viewer 3)’로 다양한 후보정이 가능해진 것이 첫 번째. 여기에 현미경 모드의 최대 촬영범위를 10㎝에서 30㎝로 늘리고, 수중 HDR 촬영 기능을 더했습니다. 기본 내장 메모리가 36MB에서 55MB로 조금 늘어난 점도 차이라면 차이겠죠. 
각각의 버튼엔 실링 처리가 됐지만, 이전 모델만큼 뻑뻑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눌린다는 느낌이 들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실망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1/2.3인치 이면조사형 CMOS 센서, 최대 개방 조리개 F2.0, 풀HD(1920x1080) 동영상 촬영 등 기본사양이 이전 모델과 똑같으니까 말이죠. 여기에 크기(111.5㎜x65.9㎜x31.2㎜)와 무게(247g)까지 판박이입니다. 모델명을 확인하거나 추가된 기능을 찾지 않으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입니다. 
렌즈 링은 조명 액세서리를 결합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물놀이 뒤엔 속까지 씻어야겠죠. 단자ㆍ배터리 덮개는 이중 잠금장치로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외관은 매끈한 근육질 남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날렵한 콤팩트 카메라에 두꺼운 갑옷을 두른 인상이죠. 튼튼한 설계는 충격흡수와 강력한 하중 지지 효과로 이어집니다. 2m 높이에서 떨어져도, 100kgf 하중에 깔려도 정상 작동합니다. 카메라를 깔고 앉거나 레포츠 중 떨어뜨려도 걱정할 필요가 없죠. 렌즈 커버가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자체 코팅 설계로 흠집에 강하다는 점에 신뢰가 갑니다. -10도 방한 기능은 기본이죠.
GPS는 초기 PC나 스마트폰을 연결해 위치 값을 연동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나 전용 뷰어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죠.

방수카메라의 특성은 덮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덮개는 자체 보호 실링 처리에 이중 잠금장치를 채용했습니다. 충전하거나 배터리ㆍ메모리카드를 교체하기 위해 덮개를 열려면 두 개의 레버를 차례대로 젖혀야 합니다. 실수로 열리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죠. 안정적으로 방수되는 수심은 15m. 수영, 스노클링, 패들링 등 모든 수상 레포츠와 잘 어울립니다. 열정적인 빨간 색도 전천후 아웃도어 카메라의 성격을 바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줌을 살짝 당긴 상태로 비율을 조정한 사진. 창 밖 아웃포커싱과 그림자가 만든 선예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F/2.8 1/640sec ISO-100

방수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만, 방진 기능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파도 속에서 셔터를 누르고 모래밭에서 구르기를 약 한 시간, 기기를 물로 깨끗하게 씻은 뒤 배터리 커버를 열자 숨어 있던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보입니다. 작동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털어낸 이후에도 어디서 나오는지 배터리 커버를 열 때마다 모래 알갱이가 보였습니다. 분명히 작은 틈새조차 찾을 수 없는데도 말이죠. 패키지에 동봉된 방수 주의사항과 카메라 전원을 들어왔을 때의 경고문의 중요성이 떠올랐습니다. 방수ㆍ방진 기능을 갖춘 카메라라도 관리가 소홀하면 그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죠. 
태양과 마주한 결과물. 고스트는 없지만, 빛의 비정상적 굴절로 인한 플레어가 포착됐습니다. F/8 1/400sec ISO-100

트루픽 VII 이미지 프로세서와 이면조사형 CMOS 센서가 결합했지만, 촬영 성능은 사용자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카메라 특성이 방수와 내구성에 맞춰졌기 때문이죠. 조리개 수치 F2.0의 밝은 렌즈는 광량이 풍부한 물속에서 선명한 결과물을 보장하지만, 삼각대가 없는 어두운 곳에선 약점을 드러냅니다. 단점은 다양한 옵션들이 보완합니다. 예컨대 올림푸스 특유의 다양한 효과모드는 모두 탑재됐습니다. 어안, 스파클, 반사, 팝아트, 라이트 컬러, 거친 필름, 디오라마 등 펜(PEN) 시리즈에 익숙한 기능들이 물놀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죠. 자동 촬영만으로도 잘 찍히지만, 순간의 추억을 각종 모드와 더하면 훗날 더 소중한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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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촬영 예시. 모래가 적은 맑은 바닷속이라면 더 멋진 정지화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F/8 1/160sec ISO-100

특히 주목해야 할 기능은 바로 수중 촬영입니다. 기본 다이얼을 물고기가 그려진 부분에 맞추면 다양한 수중촬영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중 스냅부터 두 가지의 수중 광각, 수중 매크로, HDR 역광보정까지 물속 정지화상을 위한 다양한 옵션들이 제공됩니다. 비싼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물속에서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죠. 산소통을 메고 물속으로 들어가거나 맑은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스노클링을 즐긴다면 분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최고의 촬영 장비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광학 줌은 4배, 슈퍼 레졸루션 줌은 8배까지 확대됩니다. 사진 촬영 시 가능한 디지털 줌은 4배죠. 슈퍼 매크로의 촬영 범위는 0.01m에서 0.30m까지 지원합니다. 현미경 모드를 통한 접사는 놀라울 정도로 피사체를 관통합니다. 실제 피사체에 렌즈를 향한 상태에서 현미경 모드를 선택하고 줌을 당기면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적절한 빛의 양과 흔들림을 억제하는 삼각대를 갖춘 공간을 마련한다면 초정밀 접사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모드(iAUTO) 색감이 밋밋하다면 노출과 조리개, 효과모드까지 동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F/8 1/250sec ISO-100

앞서 운을 뗐던 야간 촬영 능력은 아쉽습니다. 야경ㆍ인물 모드를 선택하지 않은 자동(iAUTO) 모드에선 흔들린 결과물과 마주하기 쉽습니다. 감도(ISO)를 최대로 높여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죠. 따라서 야간 촬영 모드와 플래시, 조리개 모드(A)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광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수중촬영이나 접사를 원한다면 액세서리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렌즈 링을 대체하는 LED 라이트 가이드(LG-1) 등이 있으니까 말이죠.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은 자동모드 예시. 강렬함은 없지만 콤팩트 카메라의 편의성은 뛰어납니다. F/8 1/250sec ISO-100

전자나침반을 포함한 GPS 기능이 탑재돼 여행 마니아에겐 든든한 도우미 역할도 합니다. 초기 사용 시 PC나 스마트폰으로 위칫값을 연동해두면 LCD를 통해 위치 정보를 확인하거나 정보(INFO) 버튼을 통해 나침반을 볼 수 있습니다. PC용 ‘올림푸스 뷰어 3’을 활용하면 여행 경로에 따른 사진 결과물을 볼 수도 있어 블로깅이나 여행일지 작성에도 도움을 줍니다. 
스트랩은 손목에 자연스럽게 감겨 분실 우려를 줄여줍니다. 컬러 매칭도 완벽해 패션아이템으로도 손색없습니다.

풀HD 화질의 동영상은 방수라는 특화 기능이 더해져 재밌습니다. 물에 들어갔을 때 ‘꼬르륵’ 소리까지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이 밖에 시간에 따른 변화를 담기 좋은 인터벌 촬영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밝은 빛만을 인식해 합성하는 핸드헬드 별빛 촬영도 흥미롭습니다. 손목에 감을 수 있는 스트랩이 패키지에 포함돼 분실의 위험도 적습니다. 다양한 기능과 튼튼한 내구성으로 아이들 손에 쥐여주기도 부담이 없죠.

올림푸스 TG-4 터프는 46만9000원으로, 가격에 대한 고민은 깊어집니다. 이전 모델인 TG-3와 사양에서 큰 차이가 없는 탓이죠. 현재 TG-3 온라인 중고매물 가격은 30만 원대. 한 네티즌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TG-3를 구매하는 것이 낫지만 새것을 파는 곳이 없다”고 꼬집은 발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화소 수의 경쟁 모델과 비교 선상에 올리면 생각은 더 많아집니다. 20만 원대의 후지필름 파인픽스, 30만 원대의 파나소닉 루믹스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기기들이 많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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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앞에서도 끄떡없습니다. 물에 잠기는 찰나의 음성 녹음 성능이 포인트. 해상도는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TG-4의 구매 포인트는 더 향상된 방수ㆍ방진 기능과 다양한 수중모드 촬영모드, RAW 이미지 저장 방식에 있습니다. 매력적인 변경점이냐는 물음엔 대상과 활용범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물의 침투만 막는 방수카메라의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사용자에겐 다양한 촬영 옵션을 더한 제품이 매력적인 건 당연합니다. 올림푸스 TG-4는 그런 점에서 방수카메라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제품입니다. 중고매물의 가격방어 측면을 고려한다면 구매 이유는 더 명확하지 않을까요?

andy@heraldcor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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