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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태일] 선진국에 있는 法 막는 국회


“이 법은 절대 재벌상속을 돕는 법이 아니라고요”
전화로 들린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답답함이 잔뜩 베어 있었다. 기자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며 전직 기자답게 ‘훈수’도 빼먹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영선 의원 얘기다.
박 의원은 의정활동 내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관련 지배구조를 문제삼아 ‘삼성저격수’로 불린다. 삼성SDS 상장 당시 박 의원은 삼성 일가가 취득한 시세차익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이학수법’도 대표발의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로 발행해 배임 판결을 받은 만큼 삼성 일가가 벌어들인 재산이 불법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랬던 박 의원이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외국인투자 제한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가 한창일 무렵 이 같은 법안이 나와 박 의원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저격수가 삼성그룹 내 거대 합병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당장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직결되는 법으로 불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박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 있는 조항이 우리나라에 없어 외촉법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나 경제운영에 위협을 받을 경우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이 개정안을 낸 속내는 의원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의원실에서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현재 재계가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책을 저지하기 위해 그 대안으로 외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주장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은 외국 투기자본에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국회서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저지하려는 법만 내놓고 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선진국’들은 지금도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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