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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합병 내일 운명의 날]‘현물배당·중간배당’ 엘리엇 입김에... 영국의‘50년역사 기업’도 무너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운명을 결정지을 임시 주주총회가 17일 개최되는 가운데, 세간의 이목은 단연 두 회사의 ‘합병계약서 승인’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이 안건의 통과 여부에 따라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ㆍ바이오 선도기업으로 거듭나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뉴 삼성물산’의 탄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주주제안을 통해 막판 추가한 현물배당ㆍ중간배당 요구도 허투루 볼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국내법상 엘리엇의 주주제안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을 뿐 아니라, 과거 엘리엇이 이 같은 배당 요구를 통해 유구한 역사와 가치를 가진 기업을 사실상 ‘껍데기’로 만든 전력이 수차례 있어서다.

16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오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은 ▷합병계약서 승인 ▷현물배당 추가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에 근거 마련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에 대한 안건 두 가지는 지난달 4일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해 추가로 상정됐다.

문제는 과거 엘리엇이 이 같은 배당요구를 통해 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잠재가치가 무한한 기업을 ‘쭉정이’로 만든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50년 전통의 영국 슈퍼마켓 체인 WM모리슨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외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4대 슈퍼마켓 체인인 WM모리슨에 접근한 엘리엇은 단 1%도 되지 않는 지분을 확보한 뒤 “자산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라”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당시 WM모리슨의 자산가치는 약 100억 파운드로 시가총액(55억 파운드)의 두 배에 달했는데, 이 자산을 분리매각해 주주들에게 환원하라는 것이 엘리엇 주장의 골자였다.

결국 엘리엇의 지속적인 압박에 무릎을 꿇은 WM모리슨은 자산의 약 10%를 매각했으며, 엘리엇은 배당을 받고 난 후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떠났다. 창업 당시부터 지켜온 전통과 전략이 망가지고, 창업일가의 슈퍼마켓 지점 경영에 대한 지배력이 악화된 WM모리슨이 이후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외에도 엘리엇은 ‘포춘’지로부터 13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뽑힌바 있는 스토리지 기업 넷앱을 공격할 때도 어김없이 ‘배당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2013년 5월 넷앱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엘리엇은 현금배당 등 이익환원책을 촉구, 넷앱이 주당 0.15달러의 분기 배당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스토리지 업황의 악화 속에서 연구개발 등에 써야 할 현금을 배당으로 무리하게 소진한 넷앱은 주력인 스토리지 사업의 매출이 엘리엇 지분 매입 이후 8%나 하락했고, 주식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내법상 엘리엇의 주주제안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 상법의 상장사 특례조항에 따르면 주주제안권 행사를 위해서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엘리엇은 지난 3월에서야 삼성물산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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