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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국 중추산업 기술 빼가는 ‘검은 손’ 차단 나서야
기업의 핵심 기술을 해외로 몰래 빼돌리는 일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현대ㆍ기아자동차 설계도면이 중국으로 무더기 유출됐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양상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통상 본사 전현직 직원이던 유출 진원지가 협력업체로 바뀐 것이다. 영업비밀 유출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 모씨는 자동차 설계용역 회사 직원인데, 그 전에는 현대ㆍ기아차 협력업체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 신차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옛 직장 동료들을 통해 부품 설계도면 등 핵심 기술 130여점을 입수해 사용했다고 한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은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구멍은 엉뚱한데서 뚫렸다.

기술을 빼돌린 김씨 등 연루자들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 역시 협력회사 기술관리에 소홀한 점은 무겁고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씨 손에 들어간 도면은 차량부품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해 협력업체가 현대ㆍ기아차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는 수주한 사업이 마무리되면 해당 도면을 폐기하거나 원청업체에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원청업체인 현대ㆍ기아차가 협력업체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뒤늦게 보안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기업들은 한국 기업의 핵심기술을 빼가려고 혈안이 돼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등 분야는 한국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중국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전자 이동통신 자동차 조선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긴 이미 많은 기술들이 알게 모르게 중국으로 새 나가 일부 분야는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우리와 중국의 기술 격차가 이제 1년 이내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중국이 그간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저변에는 한국의 인력과 기술이 그만큼 많이 흘러갔다는 의미다.

기술 유출은 해당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기술을 빼내 손쉽게 사업을 하려는 검은 세력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이 뻗치는 ‘탐욕의 손’이 이젠 전현직 협력업체 직원에게까지 닿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기술보안 감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거듭 살피고, 협력사 및 관계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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