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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백종원 레시피’의 뒷면
주말 어느 채널 틀어도, 어느 시간에도 TV화면에 쉐프가 등장한다. ‘쿡방’ 전성시대다. 요리사가 쉐프란 고급진(?) 이름으로 바뀌면서 옌예인급 쉐프도 한둘이 아니다. 가장 뜨거운 인물은 백종원씨. 엔터테이너인지, 쉐프인지, 사업가인지 경계가 애매하다. 하지만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복잡하지 않게 뚝딱 음식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솜씨는 놀랍기만 하다. ‘백선생’이 일러주는 몇가지 팁만 알면 누구나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실제로 백선생이 통조림 음식의 새세상을 보여주자, 통조림이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문제는 ‘집밥’이라고 하기엔 짜고 달다는 것이다. ‘기-승-전-설탕’, ‘슈가보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는 많은 음식에 설탕을 폭포수처럼 붓는다. 게다가 소금도 적잖게 들어간 듯 한 데 간장을 또 집어든다.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맛있다’란 느낌의 비법이 설탕에 소금과 간장이란 사실이 새삼스럽다. 외식메뉴가 짠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웬만한 음식에도 설탕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식당 맛의 비결이 그의 말대로 “참 쉽죠”란 느낌이다.

한국을 비롯,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았던 그리스. 채소와 과일위주 식단에 요구르트와 생선을 약간 보충한 세계적인 건강식인 지중해식 식단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란의 아테네엔 단 맛에 빠졌던 그리스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테네발 외신에선 그리스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싹쓸이하는 데, 밀가루와 함께 설탕이 빠지지 않는다. 지중해식 식단을 잊고, 그들의 과도한 복지수준처럼 설탕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 1세기, 인류는 ‘꿀벌은 없지만 꿀이 나오는 갈대’를 발견했다. 이후 이 달콤한 맛에 빠지지 않은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 유럽에선 한 때 설탕이 최상류층 미각의 상징이었고, 약재로도 쓰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급적 덜 먹어야 한다는 건 다 안다.

한국도 먹을 게 많지 않았던 1960년~1970년대 초반, 설탕은 추석선물의 총아였다. 1970년 추석을 앞둔 신문광고 카피는 ‘친지 다정한 벗에게 당신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명절마다 인기품, 00설탕을 보냅시다‘ 였다. 21세기 한국에서 누군가 애틋한 마음을 설탕세트에 담아 다정한 벗에게 선물을 한다면 이상한 사람 소리를 들을 것이다.

빚을 내서 얻는 달콤함은 독약이다. 말 그대로 ‘사탕발림’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이나 된다. 사상 최저인 저금리를 생각하면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나라빚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 2%대가 대세다. 중국증시 폭락이 중국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 이 와중에 복지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빚을 통해 얻은 풍요의 결말은 지구 건너편에서 스펙터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결국은 안에 독을 숨기고, 단 맛을 입힌 당의정에 취했던 그리스의 위기를 남의 일로만 볼 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달콤한 게 맛은 좋지만 몸에도 좋은 게 아니란게 ‘백종원식 레시피’ 열광의 이면이다. jl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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