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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이야기20>비올 땐 짬뽕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비가 온다. 날씨는 묘하다. 비가 올 때, 눈이 내릴 때, 햇살이 눈부실 때마다 기분이 제 각각인 걸 보면, 인간은 참 환경에 민감한 존재다. 비, 막걸리, 파전, 짬뽕….

이렇게 이어지는 연상작용은 날씨가 입맛마저 좌우한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논리는 쉽사리 알 수 없다. 왜 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일까? 


이를 분석한 이들도 있다. 비가 오면 평소보다 우울함을 느끼게 되고, 이에 따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감소하는데, 세로토닌 생성을 위해 탄수화물로 된 음식이 당기게 된다는 그런 주장이다. 쌀로 빚은 막걸리, 그리고 밀가루인 파전이 떠오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럼 짬뽕은 왜일까? 이 역시 밀가루가 주재료이며, 비가 오면 기온이 떨어져 따뜻한 음식을 선호한다는, 그런 과학적 접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건 어쩐지 맛이, 아니 멋이 떨어진다. 


비가 오면, 왠지 짬뽕이 생각난다. 그냥 그 정도가 가장 좋겠다. 시원한 빗소리를 보고 들으며, 짬뽕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장면은 짜장면보단 훨씬 그럴 듯하니까. 사색적인 분위기에 몇 번을 들어도 어색한 어감, ‘짬뽕’이지만, 그래도 짬뽕은 역시 비 오는 날이 제격이다.

사실 짬뽕은 2인자다. 짜장면에 지친 입맛이 가끔 필요할 때만 찾아주는, 그런 신세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1인자에 가려, 모두가 짜장면을 외칠 때 “난 짬뽕”이라 외치는 ‘반골’에게나 사랑받을 법한 그런 존재다.

어디 그뿐이랴. 속도를 높일 때마다 국물이 넘칠까 귀찮아하는 배달원에게도 짬뽕은 푸대접. 먹고 난 뒤 남은 국물 처리에 난감한 이들에게도 짬뽕은 푸대접. 싱크대에 버려도 붉은 기름띠에 난감, 국물을 담은 채 문 앞에 놓아도 실수로 국물을 엎을까 노심초사. 이래저래 짬뽕은 외롭다. 


그래도 비 오는 날만큼은 다르다. 꼭 짬뽕이 생각난다. 촌스러운 그 이름이라도 좋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세상만사 고민을 씻어가듯, 매콤한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잡념을 잊고 지금만 즐기라 해주는 듯하다. 취업도 일도 사랑도 잠시 잊고. 비를 보고, 짬뽕 한 모금을 마시면 “캬 좋다” 가 절로 나온다.

상수동에도 내공 있는 짬뽕집이 곳곳에 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2층에 있는 낭만짬뽕은 심지어 짜장면이 없다. 하긴, 가게 이름부터 ‘낭만짬뽕’이니 말이다. 여기만 있는 음식점은 아니고, 서울 곳곳에 있는 체인점이다. 짬뽕이 있고 짬뽕밥이 있다. 국물이 일품이다. 짬뽕을 시키고 국물을 마시다 보면, 짬뽕밥이 절로 생각나는, 그런 국물 맛이다. 포장도 된다.

당인리발전소 정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중국집 전가복도 뚝배기 짬뽕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여주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으로, 짬뽕이 오히려 메인 격.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게 단점. 포장은 되지만 배달이 안 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짬뽕 외에 어떤 음식을 시키든 중간 이상은 된다.

초마도 유명한 짬뽕집이다. 소위 ‘몇 대 짬뽕집’ 이런 순위에 꼽힌다는 짬뽕전문점이다. 그래서 항상 줄이 길다. 자극적으로 맵지 않고 해물이 많은 게 특징. 다만 줄이 길어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기회 비용, 그리고 사람이 많아 번잡한 분위기 속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기다리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비스트로 안도 짬뽕으로 유명한 음식점. 진한 국물이 일품이고, 차돌짬뽕이 대표 메뉴. 정해진 양을 모두 판매하면 문을 닫기 때문에 미리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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