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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일고 선후배 박삼구-박현주 회장 금호산업 매각가 놓고 대립각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금호산업 매각가격을 놓고 광주지역 동향(同鄕)출신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제일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과거 사업을 돕는 돈독한 관계였으나 현재는 금호산업 매각을 놓고 입장차가 커지면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이 넘는 금호산업 매각가격 때문이다. 미래에셋ㆍ산업은행ㆍ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은 최근 박삼구 회장 측에 금호산업 매각 가격으로 1조218억원(주당 5만9000원)을 제시했다. 실사를 통한 평가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이는 지난 4월 말 본입찰에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써낸 6007억원와 시장 전망치 7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채권단이 1조원이 넘는 매각가를 책정한 것은 미래에셋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 8.8%를 보유한 최대 단일주주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매각이 시작된 무렵부터 줄곧 1조 원대 매각을 주장해 왔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의 제시액에 크게 당혹스러워하면서 박현주 회장 측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주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박삼구 회장을 도운 바 있다. 그러나  2009년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화근이 됐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금호산업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매각 가격 산정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것으로, 회사가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며 “금호산업 지분이 개인이나 회사 보유가 아니라펀드 자산인 만큼 최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을 둘러싼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른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고 “채권단의 과욕이 이번 금호산업의 매각 자체를 무산시키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채권단이 재기에 나서려는 향토 기업의 발판을 뒤흔드는 것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광주경총은 “채권단이 회계법인의 금호산업 공정가치인 주당 3만1000원을 무시하고 5만9000원을 제시해 금호산업 인수가로 무려 1조 218억원을 제시했다”며 “현재 금호산업의 주당 가치 1만8000원의 3배에 달해 공정가치 평가를 주장했던 채권단의 금액제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금호산업이 금호그룹의 품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인수가 무산되면 호남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채권단이 시장의 공정가치를 지켜 금호산업이 금호그룹에 돌아갈 수 있도록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의 협상을 거쳐 9월 중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매각할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우선매입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을 수용하지 않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채권단은 이후 6개월 동안 같은 조건으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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