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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격, 바뀌진 않지만 바꿀 순 있다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시면 외향적인 사람은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내향적인 사람이 회의 전에 커피를 두어 잔 마시면 힘들 수도 있다. ‘

‘외향적인 사람은 포도주를 두어 잔 마시면 흥분이 최적의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은 최적의 흥분에 가까워져 의외로 수다스러워질 수 있다.’

성격심리학의 대가이자 3년 연속 하버드 학생이 직접 뽑은 인기 교수 브라이언 리틀이 밝힌 성격과 기호음식의 궁합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유행하는 성격테스트나 성격유형검사를 해보게 마련이다. 하찮은 질문에 답하면서 짜증스러워하다가도 성격의 유형이 나오면 ’나랑 똑같네‘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런 검사가 과연 얼마나 정확할까. 몇 개의 유형으로 단순화된 성격이 나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걸까?

브라이언 교수는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성격유형 검사의 유효성이나 신뢰성에 우려를 보인다. 성격을 보여주는 개인의 행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동료가 노래방에서 섹시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른다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브라이언 교수는 우선 우리의 일상적 행동의 근거를 3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생물 발생적 뿌리에 근거를 둔 행동으로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친화적인지 반친화적인지, 신경질적인지 아닌지 타고난다. 다른 하나는 사회화 과정에서 해당 문화의 규칙과 규범, 기대를 배우는 과정에서 학습된 행동이다. 나머지 하나는 저자가 새롭게 만든 개념인 특수발생적 동기에 따른 행동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계획하고 열망하고, 몰입하고, 개인목표로 삼는 것들에서 나오는 행동의 동기다.

이 책은 바로 개인목표에서 비롯된 성격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서 브라이언 교수가 새롭게 내놓은 개념이 ‘개인목표’라는 낯선 용어다.

개인목표란 계획하고 있는 일상적 행동에서부터 일생일대의 큰 약속까지 범위는 매우 다양하며, 각 개인은 이 목표를 염두에 둔 전략적 혹은 ‘가짜’ 행동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제3의 본성’, ‘자유특성행동’이라고 말한다. 자유특성행동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고 자아를 실현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개인의 목표에 부합한 성격과 타고난 생물 발생적 성격이 같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간극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L씨는 생물 발생적으로 타고난 성격은 내향적이지만, 음악프로듀서가 되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다.

음악을 하는 것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다. 음악에 몰입하면 주위 사람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공연을 홍보하고 인디 음반을 만드는데 재능을 보였고 꼭두새벽까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수록 그는 점점 지쳐갔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못말리는 외향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외향성은 ’가짜‘다. 그는 개인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물 발생적 내향성을 누른 채 사회 발생적 대본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간극이 크고 길수록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브라이언 교수는 자신의 예를 들어 ‘회복 틈새’를 만들라고 권한다. 본래의 발생적 자아를 회복할 공간이나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주위 사람도 그런 이해가 필요하다.

가령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아내가 두 주 동안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뒤에 친구들과 화끈한 주말을 보내려 한다면 아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말고 자아를 회복할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틈새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 관심사와 성격, 열망, 그것을 표현할 장소 사이에서 찾아낸 최적의 지점이다.

자극을 추구하는 외향적인 사람이 활기찬 대도시로 이사하기로 결정한다거나 근심많은 내향적인 사람이 안전하고 방음이 잘 되는 도서관을 특별한 장소로 여긴다면 이들은 틈새 찾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이언 교수가 들려주는 성격과 건강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성격이 급하고 도전적이고 몰입형인 흔히 ‘A 유형’이라고 부르는 성격의 경우,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조절과 몰입, 도전은 강인함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A유형과 강인한 사람의 차이는 같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내면에 적개심이 있느냐로 갈린다. 적개심이 들 때 ‘생각 중단’ 혹은 ‘STOP’을 외쳐 없애는 방법도 실례를 통해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개인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특히 핵심목표는 우리 삶의 질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목표를 어떻게 성격과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는지 친절하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자기계발서로도 유용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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