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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깃화 추락, 외환보유고 감소...꼬이는 말레이 경제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말레이시아 경제가 외환위기 전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가운데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링깃 환율이 지난 7일 1달러에 3.9280링깃에 거래돼 17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4링깃을 넘어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에 근접한 수치다. 링깃 가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주에만 2.8% 떨어졌다.

당국의 개입도 역부족이었다. 말레이 중앙은행은 지난달 7일부터 27일까지 달러를 내다팔고 링깃을 사들임으로써, 환율을 달러 당 3.80링깃으로 억지로 맞췄다. 하지만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31일 현재 967억달러(112조6000억원)로 줄어 1000억 달러 선이 무너졌다. 게다가 중앙은행이 환시장에서 손을 뗀 지난주 링깃은 또다시 급전직하했다. 선물시장에선 링깃의 추가 약세가 점쳐졌다.
링깃의 달러 대비 가치 추이와 말레이 외환보유액 추이. [출처 - 톰슨로이터]

하지만 중앙은행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우선 정부가 개입하면 투기적 거래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중앙은행은 외환 딜러들에게 투기적 거래를 하지말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내놓은 달러를 사들이면 당장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한 민간의 달러 사재기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SI)는 최근보고서에서 아시아 신흥국에서 중앙은행이 자국통화 가치를 방어할 수록 오히려 투기적 거래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지금 외환보유고를 소진하게 되면 미국 금리인상 시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줄 완충장치가 얇아진다는 부담도 있다.

WSJ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신흥국 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외환보유고의 하방압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말레이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신흥국 경제가 미국의 9년만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혼란을 견뎌낼 여력이 있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WSJ은 투자자들이 말레이의 단기채에서는 발을 빼고 있지만, 장기채 투자는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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