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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전 법무상 “정부, 전범문제 피하려 항복 직전 공문서 소각 결정”
[헤럴드경제]일본이 1945년 패전 선언 직전에 전쟁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정부 차원에서 공문서 소각 결정을 내렸다는 전직 관료의 증언이 나왔다.

올해 102세인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전 법무상은 10일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회고담에서 일본 정부가 항복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 황급히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패전 당시 내무성 지방국 전시업무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오쿠노 전 법무상은 1945년 8월 10일 전쟁종결처리 방침을 정리해 달라는 사코미즈 히사쓰네(迫水久常, 1977년 사망) 당시 내각서기관장의 극비 요청이 내무성으로 비밀리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나다오 히로키치(灘尾弘吉) 당시 내무 차관의 명을 받아 각 성(省) 관방장을 내무성에 모아 비밀회의를 열었으며, 당시 회의에서 공문서 소각이 결정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권고한 포츠담 선언에 전쟁 범죄자를 처벌한다는 방침이 기재돼 있었고, 이 때문에 종전 후 전범 문제가 생기는것을 막고자 관련 문서를 전부 태우자는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회의에서는 내가 ‘증거가 될 수 있는 공문서는 전부 태우게 하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고 나서 공문서 소각 지령서가 작성됐으며 8월 15일 일왕의 항복 선언 방송 직후 자신을 포함한 내무성 직원 4명이 이를 각 지방총감부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공문서 소각을 결정한 회의에서 군 물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군이 지닌 물자가 방대해 이대로라면 몰수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나눠주면 그럴 우려가 없어질 것이다’는 판단에 따라 연합군 점령이 시작되기 전에 식량이나 의료품 등을 일본인에게 나눠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이 2차 대전 항복을 전후로 기밀문서를 대거 소각했다는 사실은 일본 외교 문서나 궁내청 문서 등에서 누차 확인됐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도쿄제국대(현 도쿄대) 법학부 출신으로 내무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자치 사무차관을 지냈으며 1963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중의원에 13차례 당선됐으며 2003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오쿠노 전 법무상은 1996년 ‘위안부들은 모집에 참가한 사람들이 상행위(商行爲)를 한 것으로 전쟁터에 가는 길에 군의 교통편의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국가(군)가 관여한 사실은 없다’며 국가의 책임을 부정해 피해자들의 반발을 샀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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