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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산휴가·생리휴가는 언감생심…직장인 기피대상 1호는 女상사?
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김승현(31ㆍ가명) 씨는 최근 아내의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회사에 3일 간의 휴가를 신청했다 낭패를 겪었다. 회사에서 유일한 여성 부장인 상사가 “본인이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닌데 3일이나 휴가를 내느냐”며 김씨에게 핀잔을 준 것. 또한 “나는 아이를 낳고도 3개월 만에 돌아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김씨는 “부장님도 여성이면서 다른 일도 아니고 출산휴가 문제로 면박을 주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본인이 힘들게 그 자리에 올라갔으면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일부 새내기 직장인들 사이에서 여성 상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여성 간부가 어린 연차 후배들의 양성평등적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성 상사보다 더 혹독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여상사와 젊은 직장인의 갈등은 대개 남성육아휴직이나 여성의 생리휴가 등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IT 분야 대기업에 다기고 있는 이은미(28ㆍ가명) 씨는 최근 월경통이 심해 오후에 일찍 퇴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여선배에게 말했다가 크게 혼났다.

해당 선배는 “약국에서 약만 먹으면 금방 괜찮아진다”며 “누구나 겪는 일인데 그렇게 유난을 떠니 회사가 여자 직원 뽑기를 꺼리는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 이씨는 “사람마다 통증의 정도가 다른데 이를 잘 아는 여선배가 오히려 화를 내니 황당했다”며 “저 자리까지 오르면서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30대 초반의 남성 직원들 역시 ‘여상사’를 남성보다 더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 유통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성은 “고위직 여성 상사들 중에는 일부러 과도하게 음주를 하거나, 군대처럼 딱딱한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며 “과거 남성 임원들의 잘못된 문화 속에서 생존한 분들이라서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젊은 남성들은 오히려 그런 문화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성들을 ‘명예남성’이라고 칭하며 양성평등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는다.

명예남성이란 몸은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이 해야 할 일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며 남성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여성들을 말한다.

현재 임원 자리에 오른 40대~50대 여성상사들의 경우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승승장구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낼 경우 조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업무의 기준이 남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성평등이 이뤄지기 힘들다”며 “여성과 남성은 엄연한 신체적 차이가 있고 그런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반영해주는 게 임원이 된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이 심각한 현재 양성평등한 기업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건 국가나 기업에도 큰 손해”라며 “양성의 차이를 고려하도록 인식변화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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