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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강남 ‘페라리-벤틀리 부부’는 월세 세입자였다
‘부웅~ 끽, 쾅!’

토요일이었던 지난 6월 13일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차를 뒤에서 또 다른 차가 작정하고 달려든 듯 상당한 속도로 질주하면서 들이박습니다.

이에 앞차는 뒤편이 완전히 빠그라졌고, 그 앞에 있던 택시까지 파손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들이박은 차량도 앞범퍼가 너덜너덜해졌죠.

페라리, 벤틀리

그런데 사고를 일으킨 차량에서 한 여자가 나오더니 뒷목을 잡고 앞차에서 내린 남성을 향해 되레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하라고 언성을 높입니다.

알고보니 외도를 의심한 아내가 계획적으로 남편의 차를 들이박은 것이었는데, 이 사건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도대체 얼마나 부자이기에 홧김으로 수억원대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화제가 됐죠.

남편이 타고 있었던 차는 이탈리아 종마라 불리는 페라리였습니다. 모델명은 ‘F12 베를리네타(The F12berlinetta)’로 판매가 5억원에 달합니다. 서울에 왠만한 전용 84㎡ 이파트와 맞먹는 가격이죠.

포르쉐, 람보르기니

아내의 차는 벤틀리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에 이어 세번째로 적게 팔린 차종입니다. 모델은 컨티넨날 GT로 6000㏄의 트윈터보차지 엔진을 장착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단 4.5초에 주파할 정도로 막강한 가속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20대 후반의 아내는 혼인신고한 지 석달 밖에 되지 않은 30대 후반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내는 단순한 염려로 그치길 바랐지만 점점 외박하는 날수가 늘고 급기야 사건 며칠 전부턴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사건 전날에도 아는 사람과 술을 마신 상태에서 무작정 벤틀리를 몰고 남편을 찾으러 나섭니다.

그러다 남편이 자주 가던 술집에서 남편이 페라리를 몰고 나오는 걸 목격한 아내는 추격하기 시작했고 점점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아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치인 0.115%의 만취상태에 격분 상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신호대기 중이던 페라리를 향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그대로 들이받아 버립니다.

이를 지켜보던 택시기사는 가만히 둘 사이에 끼어듭니다. 당장 수리비를 어떻게 할거냐고, 자신이 불면 보험비도 탈 수 없을텐데라고 하면서 말이죠. 또 고의사고란게 들통나면 자칫 살인미수 혐의까지도 받게 된다며 겁을 줬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든 남편은 기사의 말에 넘어갔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합의금과 수리비 명목으로 3000만원까지 뜯기게 되죠. 하지만 택시는 뒷범퍼가 약간 손상됐고 기사가 입원하지도 않았는데 수천만원의 합의금 오간 점, 사건 당일 바로 합의가 진행됐던 점, 사고 전까지 부부간 통화 내역이 없었던 점 등으로 부부와 기사의 자작극이 덜미가 잡히게 됩니다.

경찰의 초기 조사 때 아내는 무직이고, 남편은 중고차 매매상이며 강남에서 부동산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추가 조사 결과 남편도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범죄와 연관된 송사에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죠. 또 두 외제차 모두 부부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들 부부는 1억원 보증금에 월 700만원의 월세집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부는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부부가 리스료와 임대료만 월 1500만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소득원이 어디였는지는 경찰의 추가 조사 대상으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세무당국도 수입차를 두 대나 굴리는 상황에서 세금 탈루 정황을 포착, 세무조사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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