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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50. 가방 꽉 잡게 되는 부에노스아이레스…‘해피투게더’를 외치다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칠레(Chlie) 산티아고(Santiago)에서 아르헨티나(Argentina)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간다. 버스로는 또다시 장거리 이동이라 이번에는 왕복항공권을 끊어 편도만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 비행기를 탄다. 버스와 금액차이가 너무 크지 않고 편안한 이동이라 욕심을 내본다. 그렇다고 항공이동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항까지 가서 체크인하고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비행기 탑승,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착 후 공항에서 시내 이동까지, 버스에 비해 몸은 편한 것 같지만 전체 소요 시간은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쾌적하고 편리하긴 하지만 말이다.

온종일 이동에 소진하고 숙소에 찾아 들어오니 이미 저녁때가 된다. 낯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를 더듬어 저녁식사를 하러간다.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을 해결하는 일이 중대사다. 이곳이 초행인데다가 저녁이 되어 긴장되긴 하지만 배가 무척 고파서 식당을 찾는 게 우선이 된다. 요즘 경제사정이 안좋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이 틀리진 않는지 현지인들도 가방을 꼭 붙잡고 다닌다. 작은 가방을 잡은 내 손에도 힘이 꽉 들어간다.

대로의 그럴싸한 피자집을 찾아들어가 피자를 먹는다. 여러 가지 종류의 피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스페인어 뜻을 잘 모르니 메뉴를 고르는 일도 힘들다. 혼란스러워하는 우리를 위해 테이블을 전담하는 웨이터 아저씨는 친절하게 서빙을 해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나이든 웨이터가 많다. 웨이터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웨이터의 수입이 팁으로 결정된다는 거다. 그래서 어딜 가든 팁은 필수다.

100년 되었다는 오래된 아이스크림 가게도 우연히 찾아 아이스크림도 먹어본다. 대도시의 유명한 아이스크림이라니, 비싸긴 해도 맛은 그만이다. 저녁으로 피자를 흡입하고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배가 부르니 포만감이 긴장감을 이긴다.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지니 말이다. 거리 모퉁이의 서점에도 괜히 들어가 보고 밤이 찾아온 대도시를 촌놈 서울 구경 하듯 신기한 눈으로 돌아다닌다. 어두운 골목들 사이를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불빛이 환한 식료품점에 들어가 바나나와 생수도 산다. 혼자였다면 더욱 긴장했을 텐데 동행이 있어서 편안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혼자면 혼자인대로 동행과 함께하면 또 그런대로 장단점이 있다. 오늘은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대도시에서는 동행들이 있어서 정말 좋다.

밤이 깊어가는 데도 잠들지 못하고 도미토리 밖 소파에 앉아 있다. 시차가 딱 12시간, 낮밤이 반대인 한국으로 인터넷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한다. 한국의 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여행을 부러워하고 건강한 여행을 빌어준다. 떠난 지 두 달을 넘어서니 모두 그립고 애틋하다. 여기는 남아메리카, 이 믿을 수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 내가 있다. 어떤 순간에는 2014년 1월, 2월을 여름으로 기억하게 될 일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의 일부를 여행하고 있으면서도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거린다.

자연스럽게 영화 ‘해피투게더’의 보영과 아휘를 떠올리게 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이름의 도시에 와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면 부지런히 놀던지 부지런히 쉬어야한다는 어느 책의 글귀도 생각난다. 동행들과 함께하는 남은 남미에서의 밤들이 기대되고 또 홀로 가게 될 그 다음 일정들에 설렌다. 혼자 떠나온 여행길이지만 남미에서의 날들은 영화의 역설과 달리 진짜 해피투게더이길.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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