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기자, 김성우 인턴기자] ‘O(ther)’. 중앙아시아 국가 네팔의 여권 성별란에는 M(Male) 혹은 F(Female)대신 ‘제 3의 성’, 다름을 뜻하는 ‘O’ 표기가 가능하다. 지난 10일 네팔 정부가 세계 세 번째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을 기재하는 것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는 미국의 백악관이 최초의 성전환자(트랜스젠더)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것도 인사처 복지·고용 국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혔다. 성소수자임인 것이 그가 일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각 분야별로 성소수자들의 활약은 나날이 강화되는 추세다. 물론 비즈니스를 통해 거부의 자리에 올라선 슈퍼리치들 가운데에도 성소수자임을 밝힌 거부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L(레즈비언)ㆍG(게이)ㆍB(바이섹슈얼)ㆍT(트랜스젠더) 슈퍼리치들이다. ‘행복할 권리’, ‘떳떳할 권리’를 위해 당당하게 선 10명의 슈퍼리치를 소개한다.
팀 질 쿼크 회장 |
10. 팀 질 (Tim Gill) - 자산 4억 달러 (게이)
쿼크 소프트웨어 주식회사의 설립자 팀 질에겐 ‘2000달러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부모님께 빌린 2000달러의 자금으로 쿼크를 창업해 회사를 키워냈고, 4억달러 자산가에 올랐기 때문이다. 콜로라도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던 질은 대기업인 휴렛 팩커드(HP)에 입사했지만 꽉 막힌 조직 논리에 이내 실증을 느꼈다. 망설임없이 퇴사한 그는 이후 쿼크를 설립한다. 애플용 프로그램인 월드 저글러(Word Juggler)와 카탈리스트(Catalyst), 디자인 소프트웨어 쿼크X프레스(QuarkXPress) 등을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1992년 커밍아웃한 이래 성적 소수자 인권신장에 힘쓰고 있다. 1994년에는 성적소수자들을 돕는 질 파운데이션(Gill Foundation)을 설립했고, 1996년에는 ‘콜로라도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기금 (Gay & Lesbian Fund for Colorado)’도 만들었다. 2009년에는 동성연인 스콧 밀러와 결혼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
9. 팀 쿡 (Tim Cook) - 자산 4억 달러 (게이)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성적소수자의 한 사람이다. 애플의 주가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면서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줬다. 포춘 500대 기업에 선정된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성적 소수자임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동성애자인 것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이라고 밝혔다. 팀 쿡이 커밍아웃을 선언했을 때 많은 언론은 그의 행보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팀 쿡의 커밍아웃이 애플이라는 회사의 브랜드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브랜드에 다양성과, 존중 등 21세기 대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복을 녹여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타임지는 그의 커밍아웃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14년 기준으로 그의 자산은 4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그의 자산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는 8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애플과 맺은 계약 내용에 매년 주기적으로 애플의 주식 일부를 싼 가격에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그는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빌리어네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잔 웨너 가족. (왼쪽부터) 동성연인 매트 나이, 웨너의 아들과 웨. |
8. 잔 웨너 (Jann Wenner) - 7억 달러 (게이 혹은 바이섹슈얼)
록, 팝음악을 좋아하는 음악광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 이 잡지의 공동창간자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잔 웨너다. 그는 1967년 롤링스톤을 창간해 성공적으로 키워낸 뒤 다른 인쇄매체들까지 차례차례 설립, 인수하면서 미국 미디어 산업의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웨너 미디어(Wenner Media)를 통해 맨스 저널(Men’s Journal)과 유에스위클리(US Weekly)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게이라는 보도는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0년대였다. 1995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내와 이혼한 웨너가 남성과 연애 중’이란 보도를 내놓으면서다. 웨너는 당시 열애 중이던 남성 디자이너 매트 나이와 현재까지 연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두 사람 슬하에는 웨너가 전 부인과 사이에 낳은 세 명과 나이와 사이에 입양한 세 명, 총 여섯 자녀가 있다.
엘드리지(왼쪽)ㆍ크리스 휴즈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부부 |
7. 크리스 휴즈 (Chris Hughes) - 8억 5000만 달러 (게이)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는 기업인이며, 정치인, 그리고 잡지 발행인의 여러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휴즈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기전 그의 룸메이트 였다. 저커버그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그는 2004년 페이스북의 창업에도 손을 보탰다. 덕분에 페이스북의 지분을 손에 넣었고, 회사의 성공과 함께 큰 부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그는 페이스북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07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나선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기 위한 ‘버락오바마닷컴’을 개설했고, 지난 2012년부터 정치 전문지 ‘뉴 리퍼블릭’ (The New Republic) 편집장도 역임중이다. 지난 2012년에는 동성 연인이자 동성애 인권운동가인 션 엘드릿지와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신혼집은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남성 모델들과 함께 선 마이클 코어스(가운데). |
6. 마이클 코어스 (Michael Kors) - 10억 달러 (게이)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디자이너’로 알려진 마이클 코어스도 대표적인 성적소수자 슈퍼리치다. 뉴욕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그는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에서 10 시즌 간 활약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는 여성의류를 주력 분야로 한다. 주력 분야는 여성 의류로 미셸 오바마 외에도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와 슈퍼모델 헤이디 쿨럼,배우 레이첼 맥 아담스 등의 셀러브리티들이 코어스의 단골 고객이다. 그는 2010년 오랜 연인이던 란스 레페레와 결혼했다.
스테파노 가바나(왼쪽)와 도메니코 돌체 |
공동 4위.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domenico Dolce & Stefano Gabbana)-17억달러(게이커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D&G가 돌체와 가바나의 두 디자이너가 설립한 회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 두사람이 게이, 게다가 연인 관계란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초, 밀라노의 한 클럽에서 만났다. 처음엔 같은 성향을 가진 동료였던 두 사람은 1983년부터 연인 사이가 됐다. 2년 뒤에는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를 설립해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키워냈다. 두 사람의 게이가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스타일은 이들을 순식간에 세계적인 패션 거장의 반열에 올린다.
이후 두사람은 오랜 기간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순항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결별하며, 23년간의 열애를 청산했다. 두 사람이 게이라는 사실은 패션계에선 알려질대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두사람은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즐기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서양의 주요 언론들은 단 한번도 두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그들이 출시하는 의류는 늘 화제가 됐고, 개인적인 문제는 언급될 틈이 없었다.
2014년 일리노이 평등 축제 (Equality Illinois 2014 Gala)에 자리한 제니퍼 프리츠커(왼쪽). [사진=유튜브 캡처] |
3위 제니퍼 프리츠커 (Jennifer Pritzker) - 18억 달러 (트랜스젠더)
“앞으로 모든 비즈니스와 개인사에서 ‘여성’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2013년 하야트 호텔 체인의 상속자 중 하나인 제임스 프리츠커는 소유하고 있는 자산관리업체 ‘타와니 엔터프라이즈’ 직원들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란 사실을 밝혔다. 미 육군에서 연대장을 지냈고,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제임스는 늦은 나이에 스스로의 여성성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제니퍼가 된 뒤에도 그는 “진정한 성 정체성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미국최고의 부호의 상속자 중 한 사람인 그가 성전환을 한 사실은 단번에 화제가 됐다. 이를 조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하야트 호텔의 지분 1.5%를 소유한 프리츠커는 다방면에서 분야에서 독지가로 활동중이다. 도서관을 설립하고, 대학과 트랜스젠더 단체에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피터 틸 |
2위 피터 틸 (Peter Thiel) - 22억 달러 (게이)
‘매의 눈을 가진 투자자’ 피터 틸 역시 성적소수자 부호의 한 사람이다. 알려진 바 대로 그는 온라인 결제 사이트인 페이팔 창업주다. 지난 2003년 페이팔의 기업공개(IPO)와 이베이에 매각을 거쳐 슈퍼리치에 등극했다. 사업, 투자와 관련 없는 것을 공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에서는 철학 전공을, 대학원에서는 법학을 전공해 변호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덕분인지 그는 사업가로써의 능력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일찌감치 알아보는 투자자로써의 능력도 비범하다. 2004년에는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페이스북의 가치를 알아봤고, 저커버그의 멘토가 되기도 했다. 그 인연덕분에 일찌감치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었고, 이제는 2조5000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됐다.
그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시점은 페이팔이 IPO를 선언한 2003년 무렵이다. 틸의 스탠포드 대학 동문이자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데이비드 색스는 “틸은 그때(2003년) 이전엔 친구들에게 성 정체성을 밝힌 적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게펜 |
1위 데이비드 게펜 (David Geffen) - 69억 달러 (게이)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성소수자는 바로 데이비드 게펜이다. 영화사인 드림웍스SKG와 세계적인 음반회사 ‘어사일럼(Asylum)레코드’와 ‘게펜(Geffen) 레코드’ 등을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혀왔다. 그가 동성연예자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공식화 된건 2007년 성 소수자 전문지 ‘아웃 매거진’은 가장 영향력 있는 동성애자 1위로 그를 선정하면서 부터다.
게펜은 미국 문화계는 물론 정제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는 게펜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캐릭터 들이 많이 등장한다. 2000년대 세계적인 히트를 쳤던 정치드라마 웨스트윙(West Wing)에센 민주당을 지원하는 민머리의 게이 영화제작사가 등장해, 대통령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모델이 바로 게펜이다.
그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물론 문화와 관련한 많은 기부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뉴욕의 링컨센터에 1억달러(한화 1100억원가량)를 기부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콘서트홀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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