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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천만 영화 ‘암살’ 의 소통법
영화 ‘도둑들’(2002년作)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암살’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쏘아올렸다. 둘다 천만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암살’의 기록이 더 의미있어 보인다. ‘도둑들’은 대놓고 상업적 영화임을 표방했지만 ‘암살’은 재미만을 좇은 영화가 아닌 까닭이다. ‘도둑들’은 호화 캐스팅에 탄탄한 짜임새, 경쾌한 속도감, 반전의 묘미로 한국판 할리우드 영화가 도달한 경지를 보여주며 단칼에 13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암살’은 흥행 여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오락성을 접목한 연출을 관객이 어찌 받아들일지 우려감이 컸다. 자칫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 취급받기가 십상인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미 속에 의미를 담겠다는 최 감독의 기획의도가 관객에게 그대로 스며들었다. 


시대가 공유해야 하는 주제를 ‘암살’ 처럼 재미와 의미가 살아있는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과 공감 지수는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암살’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야의 무법자’ 같은 통쾌한 액션과 낭만, 웃음 코드가 살아있다. 관객은 전지현 같은 매력적인 여성 저격수, 하정우 같은 낭만적 살인청부업자에 빠져들면서 한편으로 독립투사들의 헌신과 친일파의 해악, 반민특위의 허구성 등 시대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암살’이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다큐적 연출을 고집했더라면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전의 다른 영화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잘 붙여 정색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일정부분 성공한 작품은 방송에서도 볼 수 있다.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꿈을 접은 ‘축구 미생(未生)’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한때는 모두 유망주였다. 고교시절 득점왕, 청소년 대표팀 출신, 일본 J리그 진출 경력 등 면모가 다채롭다. 그러나 불우한 가정형편, 잦은 부상, 에이전시와의 잘못된 만남 등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청춘FC호의 조타수는 안정환과 이을용이다. 둘 다 청춘FC 선수들처럼 어려운 환경을 딛고 목표에 도달한 ‘인생 역전’의 주인공들이다. 청춘FC 주인공들의 패자부활전은 마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축구 버전을 보는 듯 흥미롭다.

‘헝그리 일레븐’을 보는 시청자는 자연스레 가파른 고용절벽 위에 서 있는 청년들의 아픔을 떠올리게 된다. 해방 이후 역대 어느 세대 보다 화려한 스팩을 쌓았지만 앞 세대 만큼의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청춘들의 눈물을 닦아줄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 보자는 프로그램의 주제의식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박근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도 결국 대기업ㆍ공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자는 하소연에 다름 아니다.

‘헝그리 일레븐’의 야구 버전격인 다큐영화 ‘파울볼’(2015년作)에서 야신 김성근 감독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은 3년간 모두 31명의 선수를 프로구단에 입단시켰다. 안정환-이을용 콤비는 청춘FC 선수 가운데 과연 얼마를 ‘축구 완생’의 길로 이끌 것인지 응원하며 보게 된다. 이들 처럼 박근혜 대통령-최경환 부총리 콤비도 노동개혁에 성과를 거둬 취업의 문턱을 넘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요약분>시대가 공유할 주제를 영화 ‘암살’ 처럼 재미와 의미가 살아있는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과 공감 지수는 훨씬 커질 것이다.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도 축구를 매개로 고용절벽 위에 서 있는 청년들의 아픔을 드러내는데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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