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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는 다 역세권…옥석가리기 노하우 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더블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리세요’, ‘○○역 걸어서 10분 초역세권 단지’, ‘역세권, 브랜드, 대단지 3박자 갖춘 알짜 아파트 분양 눈길’….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나 상가시설 등이 내놓은 홍보 문구다. 너도나도 역(기차ㆍ지하철 등)에서 가까운 ‘역세권’을 강조한다. 교통 여건이 잘 갖춰져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다닐 수 있다. 사람이 몰리니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지기 마련이다. 역세권 부동산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상반기 분양된 서울의 한 재개발 아파트 공사현장.

그런데 역세권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서울은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할 만큼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잘 깔려 있다. 웬만하면 역세권이 아닌 곳이 없다.

서울을 기준으로 실제 역세권 규모를 계산해봤다. 서울엔 지하철 1~9호선 총 331.9 ㎞ 거리에 311개역이 깔려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지하철 역과 역사이 거리는 도심은 1㎞ 정도, 외곽지역에서는 2~3㎞ 정도 거리다. 지하철역이 311개라는 건 역마다 도보로 다닐 만한 거리로 통하는 반경 1㎞ 이내 구간을 역세권으로 가정할 때 976.54㎢ 규모가 역세권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런데 서울 전체 면적은 605.2㎢다. 지하철역이 서울 전역에 고루 분포해 있다면 사실상 모두 역세권이라는 이야기다.

웬만하면 역세권이라는 점은 서울에선 더이상 역세권이 큰 장점은 아니라는 말이다. 역세권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단 반경 1㎞ 거리는 더이상 역세권으로 보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직선 거리를 뜻하므로 도로를 따라 건물과 건물 사이로 다니다 보면 사실상 걸어야 하는 거리는 더 긴 경우가 많아서다. 10분이상 걸어야 한다면 역세권 단지로서 메리트를 그다지 내세울만하지 못하다.

서울시가 정해놓은 역세권 범위도 일반적인 상식보다 좁다. 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에 따르면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 업무, 주거 등의 활동이 이뤄지는 반경 500m 이내 지역’을 뜻한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을 짤 때도 이 기준으로 역세권을 한정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초역세권이라고 표현하려면 역에서 반경 200m 이내여야 한다고 말한다. 역세권도 차별화해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지하철역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엔 한 개 노선만이 아니라 한 역에 2~3개 노선이 만나는 ‘더블’, ‘트리플’ 역세권인 점을 강조하는 곳도 많다. 지하철 2ㆍ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 인근이나, 지하철 5ㆍ6호선, 공항철도, 경의선이 지나는 마포구 공덕역 주변, 지하철 2ㆍ5호선, 분당선, 중앙선이 겹치는 왕십리역 주변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환승 등을 통해 지역과 가까워지고 유동인구가 획기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일부에선 2호선 ○○역과 500m 거리고, 5호선 ○○역과는 700m 거리기 때문에 두개 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더블역세권이라고 주장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두개 노선이 마주치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역 중간즈음에 위치한 것을 어거지로 홍보하기 위한 곳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진짜 더블 역세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교통 여건은 부동산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입지 요건으로 경기가 어려워질 수록 중요성이 부각된다”며 “실제 역세권 여부를 파악하려면 원하는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 위치를 확인하고 역에서부터 직접 발품을 팔아 걸어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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