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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Global] 편작의 ‘불치병’과 중국 경제
사기(史記) 편작열전(扁鵲列傳)에는 병입고황(病入膏) 고사가 나온다.

전설적 명의 편작은 춘추시대 첫 패자(覇者) 제환공(齊桓公)의 병을 초기에 미리 진단한다. 하지만 자각증상이 없던 환공은 이를 묵살했고, 결국 병이 골수에 이르러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사망한다.

편작은 병의 경중에 따라 “병이 피부에 있으면 약(藥)으로, 혈맥에 있으면 침(針)으로 치료하며, 오장육부로 번져도 의술(醫術)이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병이 골수에 이르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6가지 불치병을 소개했다.

첫째, 교만방자(驕慢放恣)하여 사리(事理)를 논하지 않은 병이다. 둘째, 몸을 가볍게 하고 재물을 소중히 하는 병이다. 셋째, 의식(衣食)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병이다. 넷째, 양(陽)과 음(陰)을 문란케 해 오장(五臟)의 기운을 불안하게 하는 병이다. 다섯째, 약을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허약한 상태다. 여섯째, 무당의 말은 믿고 의원의 말을 믿지 않는 고집이다.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 엇갈린다. 세계적 위협이라는 비관론과 일시적 충격이라는 낙관론이 분분하다. 그런데 편작의 6가지 불치병 증상이 지금의 중국과 묘하게 어울린다.

첫째, 정부는 시장원리보다 돈과 권력을 동원한 증시통제를 택했다. 둘째, 톈진(天津) 항만 폭발사고는 돈만 중시하고 인명을 경시한 부패의 결과다. 셋째, 빚으로 과잉 투자를 하고, 증시 광풍도 일으켰다. 의식의 탐욕이다. 넷째, 음양의 조화는 안과 밖의 소통인데, 금융시스템은 아직 폐쇄적이다. 당국은 사이버 공간까지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다. 다섯째, 성장률 통계에도, 회계에도, 신용등급에도 모두 거품이 끼어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면 자칫 경제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신용허약 상태다. 여섯째, 인민은행은 최근 경제불안 책임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방침 탓으로 돌렸다. 분명 글로벌 경제에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의 무리한 신용팽창을 가져온 먼 원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문제가 미국 탓이라는 것도 억지다. 의사 진단을 믿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 중국 경제가 불치병 상태라는 뜻은 아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과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다오쿠이 리(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중국의 문제는 시장의 과매도가 아니라 경제 그 자체’라는 글을 실었다. 그러면서 외과수술 보다는 ‘침술(acupuncture)’로 치료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병입고황’ 고사를 모를 리 없다. 아직 병이 오장육부까지 침투한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으로 보인다.

편작은 “사람들은 병이 많은 것을 걱정하고, 의원들은 치료법이 적은 것을 근심한다”고 했다. 병은 더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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