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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공장경제의 한계…또 멀어지는 일류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

삼성 이건희 회장의 20년 전의 말이다. 지금도 기업인들은 이 말을 떠올리면 통쾌함과 동시에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긴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도 해도 별 오류는 아닌 듯싶다. 그러면 기업은 어떨까? 이제는 일류일까, 아니면 아직도 이류일까?

1996년 당시 세계 일류 기업들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제조업체였다. 우리 기업들은 덩치에서나 내실에서나 그들에 못 미쳤다. 그러니 이류가 맞았다.

2015년 지금 세계 일류 기업들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서비스 및 컨텐츠 업체들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우리 기업들도 외형은 글로벌 기업의 반열이다. 그런데 일류일까 아닐까?

대한민국은 공장산업이다. 기업이 팔 물건을 직접 만드는 구조다. 그런데 공장은 짓는데도 돈이 들고, 가동률도 유지해야 하고, 낡으면 고치거나 다시 지어야 한다. 그런데 고정비라는 게 참 무섭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원가부담과 재고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가동률이 높아지면 원가부담은 뚝 떨어져 이익률이 급증한다.

미국에서는 공장을 갖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제조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공장에 맡긴다. 수요예측에 따른 재고부담은 있지만, 적어도 고정설비와 관련된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대신 공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투입할 정력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한다. 기술력과 시장장악력은 브랜드 충성도과 시장가격 결정권으로 이어진다. 공장을 갖지 않은 스마트폰 세계 2위 애플이, 공장을 가진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이유다.

그러면 독일이나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이들도 공장산업이다. 이들은 중국 등 세계의 공장에 핵심부품을 공급한다. 이들 핵심부품에는 독보적이라 할 핵심기술이 담겨 있다. 특이할 점은 핵심부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덩치다. 생각보다 작다. 세계 최대가 아니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경영철학을 가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우리와 가장 닮은 공장산업 구조다. 아직 일류기업이라 꼽을 곳은 없다. 아류(亞流)는 많지만 본류(本流)는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15억 인구의 본토시장 기반이 워낙 탄탄하다. 본토에서 번 막강한 돈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내수에서 덜 치열하게 더 많이 벌고, 더 싼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의 공장이다. 품질은 너무 떨어져도 문제지만, 너무 좋아도 문제다. 요즘 중국의 공장은 적당한 품질은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발 경제위기 조짐이 뚜렷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를 위기로 인식하는 목소리가 너무 낮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특히 공업국 가운데 중국과 한국의 제조업 침체가 심각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중국의 제조업이 이번 위기를 넘긴다면 아마 우리와의 격차를 더 줄일 지 모른다. 점점 더 중국과 닮아갈 지, 아니면 미국이나 일본, 독일처럼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는 모델로 택할 지 선택할 때다. 지금까지로는 이제 일류가 될 수 없다.

나라 안팎의 현안이 많지만, 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경제와 산업구조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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