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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 가해자였다가, 피해자였다가…‘돌림왕따ㆍ지목왕따’ 기승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돌림왕따’부터 ‘지목왕따’까지…. 최근 자신이 다니던 예전 학교 빈교실에서 부탄가스통을 터뜨린 이모군(15)의 범행동기가 왕따 때문이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교왕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보이지 않는 왕따와 폭력 등 ‘따’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49ㆍ여) 씨는 최근 중학교 2학년 딸아이가 왕따 고민을 털어놓아 충격을 받았다. 


반 여학생들끼리 여러 개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한 달에 한번 꼴로 한 명이 그룹 내 ‘따’가 되었다가, 다시 그룹에 복귀해 같이 놀다가, 또다시 한 명이 ‘따’가 되기를 반복한다는 것.

김씨는 “아이들이 서로 왕따 가해자가 됐다가 피해자가 된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돌림왕따’는 최근에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사이 여학생들에게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양상이다.

학교폭력 전문가인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남이 당하는 걸 보면서도, 그리고 또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이 가해를 계속하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아이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해와 복수를 반복적으로 학습한 학생들이 지금 사회에 만연한 ‘이유 없는 폭력’을 지속시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예전 왕따 가해자의 전형적 이미지였던 ‘잘 놀고 힘 센’ 학생보다 이제는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사는’ 학생이 왕따의 가해자가 돼 왕따를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35) 씨는 “학급 아이들 가정 사정이나 성적이 비등비등하면 안 그럴 텐데, 요즘은 공부 잘하고 잘 사는 한두 명에게 나머지 아이들이 절절매는 현상이 강하다”며 “이들이 잘못 빠지면 왕따 가해자가 될 수 있어 잘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왕따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여럿이 있는 채팅방에서 한 아이에게만 욕설을 쏟아 붓거나, 아이를 초대해 놓고 채팅방에서 한꺼번에 퇴장하는 식으로 괴롭히는 ‘카카오톡 왕따’가 대표적인 형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이라 하면 예전에는 신체적 폭력이 가장 심했지만 요새는 사이버 따돌림과 같은 ‘보이지 않는 왕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왕따 문제가 양상을 달리해가면서까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을 교육 전문가들은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찾는다.

김성기 교수는 “80년대까지만 해도 대가족이 많아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지금의 핵가족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방식은 중국의 ‘소황제’ 보다 더하다”며 “부모들이 ‘자녀를 교양할 의무’를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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