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박승윤] 빅데이터의 다른 얼굴 ‘빅브라더’
‘감각적 소비가 많은 호기심 많은 여성(Trend Setter)’, ‘여가를 즐기는 독신 직장인(Prima Donna)‘ 신한카드는 지난해 220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을 분석해 남녀 각각 9개군으로 분류한 ‘코드 나인’의 그룹명중 일부다. 연령, 소득, 지역 등 겉모습이 아니라, 실제 카드 사용 실적을 토대로 고객별 소비성향을 분석해 유형을 나눴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트렌드를 찾아내 고객에게 맞춤형 마케팅을 제시하는빅데이터 산업의 사례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묶어 숨은 가치를 발굴하는 빅데이터는 새시장을 창출의 엔진이 되었다.

하지만 개인 정보가 모이다 보니 빅데이터는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닌다.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개인의 익명성이 노출되면 범죄등에 악용되는 사회악으로 돌변한다. 지난해 발생한 일부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다행히 신한카드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 

정보 유출후 금융당국은 5개 금융업권 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금융정보를 한 기관으로 집중해 통합관리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내년 3월을 목표로 신용정보집중기관 신설을 추진중이다. 그런데 헷갈린다. 신용정보를 한 곳에서 집중 관리하면 보안이 강화되나. 신용도 평가등을 위해 전체 금융업권이 공유하는 대출, 연체정보등은 지난 1982년부터 은행연합회가 이미 관리하고 있다. 이외에 생보협회는 개인질병 정보, 여신협회는 카드 사용내역 하는 식으로 각 협회가 업권별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개인의 대출 정보외에 질병, 카드사용 내역까지 한 군데 모아놨다가 유출 사고가 나면 진짜 큰 재앙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신용정보 집중 정책의 방점이 빅데이타 산업 활성화에 찍혀 있다는 점은 더 걱정스럽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등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뺀 비식별 금융정보를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에 제공해 상품 개발, 마케팅등에 활용토록 하겠다는게 당국의 구상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은 분석한 트렌드를 반영해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이다. 온라인 검색기업 구글이 로그인한 고객의 이동경로, 검색 콘텐츠 유형 등을 분석해 개별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식이다. 빅데이터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유다. 다만 데이터 보유기관에게 개인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각국 정부가 기업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관리를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확보하면 정부도 훔쳐보고 필요에 의해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특히 금융ㆍ신용정보는 범죄 수사, 탈세 적발 등에 유용하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국민 각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Big Brother)’를 탄생시킨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신용정보를 집중하겠다고 나서자 사방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빅데이터 산업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먼저 개별 신용정보에 대한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 


parks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