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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낙하산 인사의 결말은 ‘부실화’ -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ㆍ변호사)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일 대주주로 있는 ‘서울고속도로’의 대표이사에 공단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의 86%를 장악하고 있는 서울고속도로의 현 대표이사는 국토부 관료 출신일 뿐만 아니라 이사 3명은 국민연금공단 출신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지배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이사 선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의 자산인 연금과 기금을 공단조직 출신 직원들의 재취업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단순히 국민 정서에 반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는 조직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수현 의원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의 부채증가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비상임 이사 7명중 5명을 낙하산 인사로 채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 공교롭게도 지난해 부채가 전년 대비 7800억원 이상 늘어났으며, 지난해 낙하산인사 4명을 비상임 이사직에 임명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도 지난해 말 부채가 전년 대비 6000억원 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공공 기업 부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박 의원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가 공공 기업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는 데에 있다. 특히 기업의 경영을 책임질 대표이사를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로 채웠을 때의 심각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수사로 공석이 된 KT&G 사장직을 놓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T&G는 지난 8일 신청자를 접수받아 후임 사장 선정에 관한 논의를 비로소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사장은 청와대와 기재부가 지원하는 특정 인물이 거의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특정 인물은 박근혜 정권에서 실세 학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위스콘신대학 출신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기획재정부 부총리가 그 대학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KT&G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도 공교롭게 위스콘신 출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스콘신대학 출신이 낙하산 인사로 후임 KT&G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과거의 유사한 사례를 통한 경험을 기초로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KT&G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사장추천위원회가 기업경영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해야 함을 강조했다. KT&G는 외국계 담배업체들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루며 생존하고 있는 민영 기업이다. 최고 경영자의 경영능력에 따라 기업의 생존과 발전의 부침을 달리할 수 있음을 알기에 KT&G 노조의 주장이 지니는 절실함이 무시하지 못할 울림으로 다가온다.

낙하산 인사도 경영의 전문성과 최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췄을 수도 있다. 관건은 사장추천위원회가 다른 후보들과 함께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에 따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사장추천위원회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원서접수도 마감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낙하산 인사 내락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추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오해와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또한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민영화 기업인 KT&G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면 이는 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억울한 일이다. 군자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처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소문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적절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반에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도 낙하산 인사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G 사장 인선이 오명을 벋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한 KT&G 직원들이 소망하는 대로 사장추천위원회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선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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