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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허용석] 과도한 국가채무를 경계한다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38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올해 국가채무는 595조원, 내년도는 올해보다 50조원 늘어난 645조원이다.국내총생산에 대비시킨 국가채무비율은 올해가 38.5%,내년은 40.1%다. 국가채무비율이 처음으로 40%선을 넘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지난 달 19일 국회에 출석한 경제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을 40%로 관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복지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2018년에 41.1%로 정점을 찍고 2019년에 40.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3~4년 뒤 실제 그렇게 될까. 연초에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570조원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595조원으로 본다. 1년 사이에 25조원의 오차가 났다.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고 있다. 내년도 전망치 하나만 놓고 보자.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2016년에 28.3%가 될 것으로 보았다. 올해 한 전망치는 40.1%다. 4년이 지나면서 전망치가 무려 11.8%p 높아졌다.

국가채무를 늘리는 많은 요인이 있는데 이를 압축하면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 감소와 복지지출의 증가다. 특단의 세제 개편이 없는 한 세수는 성장에 비례하므로 국가채무 증가는 저성장과 복지지출 때문인 것으로 더 압축할 수 있다. 정부가 성장률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면서 복지 지출을 줄이는 일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정부는 수입을 늘릴 수도,지출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관리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짧은 시일 내에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과도한 부채는 기업이나 개인 뿐 아니라 국가에도 해악을 준다. 첫째 해악은 정부의 재정에 대한 통제력 상실일 것이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 대비 240%로 유례없이 높다. 국가채무가 이렇게 많다 보니 예산의 20~25%가 빚 갚는데 쓰인다. 가장 큰 세출항목이 복지 지출이고 다음이 원리금 상환인데 이 두 항목만으로 예산의 50~60%를 쓴다.

혹자는 일본은 국채 발행액의 95%를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비율이 2020년에 65%로 낮아질 거란 전망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해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더 높은 수익을 달라고 하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성장률 저하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두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개도국을 불문하고 성장률과 국가채무비율 간에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30% 미만인 나라들과 90%를 넘어선 나라들의 평균 성장률은 각각 5.2%,-0.2%였다. 성장률 격차가 5.4%p에 이른다.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국가채무비율 한도가 85%라는 연구도 있다.

셋째는 국가의 위기 극복 능력 약화다. 위기에는 대략 세 가지, 경제위기·통일위기·안보위기가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 건강한 재정의 덕을 톡톡히 봤다.

독일 통일의 예를 보면 남북통일시 국가채무비율이 일시에 20%p 이상 높아지는 걸 각오해야 한다. 튼실한 재정·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안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저명한 대외정책 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는 저서에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독일군 장군의 얘기를 소개한다. 장군은 벌지전투에서 연합군 전선을 돌파한 뒤 미국 병사들이 먹다 남기고 간 초콜렛 케이크를 발견하고 전쟁에서 졌다는 생각을 한다. 1944년 나치 독일은 굶주렸다. 결국 독일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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